홍콩 ATM서 한달새 2조7천억원 인출…"중국 자본유출 가능성"
중국 당국 통제 강화에 해외 인출 열풍 가능성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홍콩 내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한 달 새 3조원 가까운 돈이 인출돼 중국으로부터의 자본유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6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최근 수개월 동안 홍콩 전역의 ATM에서 인출된 현금은 한 달에 200억 홍콩달러(약 2조7천억원)에 달해 통상 인출되는 현금의 범위를 훨씬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ATM 현금 인출이 급증하면서 이를 노리고 ATM 옆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거액을 인출한 고객의 가방을 빼앗아 달아나는 범죄마저 급증해 홍콩 경찰이 내부적으로 경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은 중국 당국이 올해부터 외화유출 통제를 강화하면서 이에 앞서 돈세탁을 하려는 수요가 급증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의 국제 신용카드인 유니언페이(銀聯) 카드 사용자는 하루에 카드 1개당 최대 1만 위안(약 168만원)까지 해외에서 현금을 인출할 수 있었는데, 올해 1월 1일부터는 그 금액이 연간 최대 10만 위안으로 제한된다.
이러한 규제에 앞서 해외에서 현금을 인출하려는 수요가 급증한 것이라는 얘기다. 이렇게 인출된 자금은 부동산이나 거액의 해외 투자에 이용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당국은 최근 여러 개의 은행 카드를 사용해 현금을 인출하는 개인들을 체포했지만, 모두 풀어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다른 사람에게서 은행 카드를 사용해도 된다는 허가를 받았다는 서류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국에서 외화를 유출하려는 사람들은 가족이나 지인 등 다른 사람들을 동원해 여러 사람의 카드로 ATM에서 현금을 인출하게 해 법망을 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구나 홍콩과 함께 해외 자금유출의 대표적인 지역으로 꼽혔던 마카오가 지난해 7월부터 안면인식 기술로 ATM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사람의 신원을 확인하는 제도를 도입하면서 해외인출 수요가 홍콩으로 몰린 것으로 파악된다.
홍콩 금융당국 관계자는 "상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경찰 및 금융계와 협력해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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