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한파 덮친 고흥 바다…돌돔 3만마리 얼어 죽어 하얗게 떠올라
(고흥=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한파에 얼고 바람에 쓸려 찢기는 돌돔 살갗 보니 내 마음도 찢기는 거 같소."
영하 8.4도의 한파를 뚫고 전남 고흥군 녹동항에서 출발해 5분여를 바다를 달려 도착한 가두리 양식장에서는 죽어 떠오른 돌돔을 먹으려는 갈매기가 점령했다.
이 가두리 양식장에서는 며칠 전부터 양식 중이던 돌돔이 한두 마리씩 죽어 떠오르기 시작해 이날 약 3만여마리가 한파에 언 살갗을 거센 바람과 파도에 쓸려 속살을 드러낸 채 떠올랐다.
가두리 양식장 한쪽에 몰려 떠오른 돌돔 폐사체 사이에서는 생사의 경계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살아있는 돌돔들이 마지막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양식장 주인 박모(65)씨는 "바닥에는 더 많은 돌돔이 죽어있을 것이야, 시간이 지나면 허옇게 떠오르겠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양식장에서는 돌돔 16만 마리를 키우고 있었다.
수요가 가장 많은 200∼300g 무게까지 키워 출하할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한파와 저수온이 덮쳤다.
박씨가 추정하기로는 지난 12일부터 몰아친 한파가 집단 폐사의 원인이다.
당시 수온은 6.3도로 전년 8.8도, 평년 8.6도에 비해 한참을 밑돌았다.
물고기에게 수온 1도 하락은 사람들에게 10도 하락과 막 먹는다는 말대로라면, 수온 2도가량 낮은 기온에 동사한 물고기가 점차 죽어 이날 대량으로 떠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박씨는 겨울에는 물고기에게 병이 나지도 않는 계절이라, 저수온이 집단 폐사의 원인이라고 확신했다.
현재로 3만여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추정돼 1억6천여만 원 피해를 본 것으로 예상되지만, 박씨는 16만마리 모두가 며칠 사이에 죽어 떠올라 모두 8억원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박씨는 몇 해 전에도 겨울철 저수온으로 집단 폐사 피해를 본 적이 있었다.
남해수산연구소는 박씨의 양식장을 조사해 집단 폐사 원인을 밝힐 예정이다.
고흥군은 수산과학원, 고흥군수협과 함께 피해조사에 나선다.
같은 시각 고흥군 남양면 갯벌의 바다는 하얀 눈이 내린 것처럼 얼어붙었다.
갯벌에 고인 바닷물은 푸석푸석한 얼음덩이로 변해 있었고, 갯벌과 인접한 바다에도 살얼음이 끼어 둥둥 떠다녔다.
수산업계 관계자는 "육지 한파로 인해 수온이 떨어지기까지는 시차가 있는 만큼 저수온으로 인한 집단 폐사가 며칠 뒤에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어 피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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