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팀 결속을 위해…머리 감독의 맞춤형 라커 배치 '南南北南"
진천빙상장 4층에 라커 35개 미리 배치…첫날 저녁엔 남북한 오리엔테이션
(진천=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25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빙상장 4층에는 35개의 텅 빈 라커가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라커에는 어느새 이름표가 달려 있었다. 선수들이 유니폼을 갈아입는 모습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설치한 가림막 역시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이었다.
이름표와 가림막에는 한반도기가 그려져 이곳이 총 35명의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쓰게 될 라커룸임을 보여줬다.
이곳에서 만난 우리 대표팀의 에이스 박종아는 "라커 이름표와 가림막은 오늘 처음 봤다. 이제 조금 실감이 난다"고 했다.
골리 신소정도 신기한 듯 라커룸을 둘러본 뒤 "시간이 없으니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라커룸은 정면에서 오른쪽부터 신소정, 한도희의 이름이 차례대로 붙어 있었다. 그런데 한도희 다음 라커에는 이름표가 없었다.
그 뒤로는 박은정, 박예은이었고, 다시 2개의 라커가 빈 이름표였다. 북한 선수들이 쓸 라커였다.
이날 방남한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단을 환영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정몽원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한라그룹 회장)은 새러 머리 총감독의 아이디어였다고 소개했다.
정 회장은 "머리 감독이 남북 선수들끼리 빨리 어울릴 수 있도록 라커를 섞어서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머리 감독은 평창동계올림픽 첫 경기(2월 10일)까지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을 들어 "새롭게 전략을 세우기보다, 남북한 선수들의 결속력을 다지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속력을 다지기 위한 첫걸음으로 남북 선수들이 라커를 서로 가까이에서 쓰도록 배려했다.
머리 감독은 이날 오후 8시에는 남북한 선수들을 한데 모아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 북한 선수단의 도착과 함께 진행된 짧은 환영식에서 서로 안면을 튼 남북 선수들은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서로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을 만든다.
물론 조직력을 논하기에는 시간이 너무나 부족하다.
남북 단일팀은 2월 4일 스웨덴과 평가전이 처음이자 마지막 실전 테스트 기회다. 평창동계올림픽 스위스와 1차전은 오는 2월 10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미리 부정적으로 예단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박철호 북한 감독은 이날 기념촬영에 앞서 우리 측으로부터 받은 꽃다발을 머리 감독에게 전달하며 훈훈한 장면을 연출했다. 머리 감독은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이날 라커 배치에서도 남북 단일팀을 바라보는 머리 감독의 진정성이 엿보였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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