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빈민구제 헌신한 원로사제 '하 안토니오' 추모사업 추진
고인이 1986년 설립한 '티 없으신 마리아 성심 수녀회' 주도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부산에서 평생 빈민구제와 교육사업에 헌신하다 지난해 10월 선종한 천주교 부산교구 하 안토니오 몬시뇰 신부를 추모하는 사업이 수녀회를 중심으로 추진된다.
부산 남구의 티 없으신 마리아 성심 수녀회(수녀회)는 고인의 활동을 조명하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25일 밝혔다.
수녀회는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닷새간 독일 뮌헨에서 90㎞가량 떨어진 소도시인 고인의 고향마을 베르팅겐을 찾아가 후원회에 이런 계획을 알렸다.
회원 수가 400명에 가까운 후원회 회원들은 독일 전역에 살고 있는데 지난 36년간 고인이 부산에서 주도한 다양한 사업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수녀회 역시 이들의 후원을 토대로 고인이 1986년 3월 25일에 설립한 것으로 수녀회 소속 수녀들의 베르팅겐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녀들이 방문하자 빌리 레마이어 시장이 환대했고 지역 일간지는 수녀들을 취재해 지난 15일 자 1면 첫 기사로 다뤘다.
수녀회 총원장인 정 마리요한 수녀는 "신부님이 선종하신 지 석 달이 지났는데도 고향에선 추모 주간이 계속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추모사업은 후원회의 도움 덕에 신부님이 부산에서 이룬 다양한 사업을 기록으로 남기고 독일과의 인연을 계속 이어나가려는 것"이라며 "신부님의 사랑과 후원자들의 도움에 이제는 우리가 보답할 차례"라고 설명했다.
수녀회는 우선 고인의 강론과 글 등을 묶어 단행본을 펴내고 독일과 부산을 오가며 고인과 관련한 기록물과 사진 등의 자료를 수집할 계획이다.
관련 연구도 진행되고 여건이 되면 베르팅겐과 부산에 고인의 추모비나 흉상을 건립하는 방안도 추진될 것으로 알려졌다.
'파란 눈의 신부'로 잘 알려진 고인은 1958년 독일에서 사제 서품을 받고 36세 때인 1958년 7월 5일 한국으로 건너왔다.
판자촌에 있던 부산 동항성당의 주임신부로 지내며 봉사와 희생을 몸소 실천했다. 가톨릭교회 국제단체인 '파티마의 세계사도직'(푸른 군대) 한국 본부도 창설했다.
개인 재산을 털어 밀가루와 옷을 사들여 피난민에게 나눠주고 전쟁고아를 돌보고 가르쳤다. 모친은 베르팅겐의 생가를 판 돈을 부산으로 보내 수녀회 건물을 짓는 데 보태게 했다.
고인은 가난한 학생의 자립을 위해 1965년 기술학원을 설립하기도 했다. 이 학원은 한독여자실업학교의 모태가 됐고 지금은 부산문화여자고등학교로 남아 있다.
2005년 가톨릭교회 명예 고위 성직자인 '몬시뇰'에 임명됐다. 2015년에는 국민추천 포상 수상자로 선정돼 정부로부터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고인은 베르팅겐에서 태어난 지 정확하게 95년째 되는 날인 지난해 10월 14일에 선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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