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체조선수들 상습 성폭행 팀닥터에 최장 175년형 선고
30년간 선수 150명에 성폭력…판사 "다시 걸어서 못 나가게 할 것"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미국 체조선수들을 장기간 상습적으로 성폭행·성추행한 것으로 드러난 미 체조대표팀 주치의 래리 나사르(54)에게 최장 징역 175년형이 선고됐다.
미 미시간 주 랜싱 법원의 로즈마리 아킬리나 판사는 24일(현지시간) 성폭행 등 7가지 혐의로 기소된 전 체조대표팀 겸 미시간주립대학 소속 팀 닥터 나사르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징역 40∼175년을 선고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아킬리나 판사는 "방금 당신의 사형 집행 영장에 서명했다. 당신에게 이런 벌을 언도하는 것은 나의 영예이자 권한이다. 당신은 다시는 감옥 밖으로 걸어서 나갈 자격이 없다"라고 말했다.
아킬리나 판사는 "가장 취약한 피해자들에게 취한 피고인의 행동은 비열하고 기만적이며 철저히 계산된 것이었다"고 말했다.
선고가 끝나자 법정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나사르에 대한 이번 재판은 16개월을 끌었다.
나사르는 연방법원 법정에서 아동 포르노 관련 범죄로 이미 징역 60년형을 선고받은 상태다.
나사르의 범행 피해자 중에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시몬 바일스, 앨리 레이즈먼, 가비 더글러스, 맥카일라 마로니 등이 포함됐다.
무려 30년 간 지속해온 나사르의 성추행·성폭행을 고발한 체조 선수들은 줄잡아 156명에 이른다.
최근 올림픽에서 모두 6개의 메달을 따낸 체조 스타 레이즈먼이 방송에 출연해 나사르의 성추행 사실을 고발했으며, 2012년 런던올림픽 체조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마로니도 13살 때부터 나사르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트위터를 통해 폭로했다.
나사르는 치료를 빙자해 많은 체조선수들을 자신의 치료실에 데려다 놓고 성추행했으며 때때로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선고 직전 나사르는 "나로서는 일어난 일들에 대해 어떻게 죄송하다고 해야 할지 그 깊이와 넓이를 표현할 말이 없다"고 피해자들에게 사죄했다.
나사르를 기소한 검찰은 "체조선수들은 그를 신으로 믿고 따랐기 때문에 그의 치료실은 성범죄에 최적의 장소가 됐다"면서 "그의 성적 학대는 무한대로 확장됐다"고 말했다.
미국 체조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나사르 스캔들로 체조협회장이 사임했으며 피해를 당한 체조선수들의 증언이 잇따랐다.
나사르 스캔들은 레이철 덴홀랜더라는 선수가 2016년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전면에 드러났다. 처음에는 미시간대학 내부 비위행위를 중심으로 조사되다가 수사가 체조계 전반으로 확대됐다.
덴홀랜더는 이날 선고 직후 기자들에게 "피해자 모두에 대한 배려심을 보여준 아킬리나 판사의 판결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미국체조협회 케리 페리 회장은 "나사르의 범죄는 비열한 것이었다. 상처받은 모든 이들에게 진심으로 유감을 표한다"면서 향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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