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지성림 김효정 기자 = 북한은 이른바 '건군절'(군 창건기념일) 변경을 3년 전부터 매년 대대적인 경축 행사를 벌이며 차근차근 준비해온 것으로 분석됐다.
북한에서는 당초 인민군이 창설된 1948년 2월 8일을 건군절로 기념해 오다가 1978년부터 김일성이 항일유격대를 조직했다는 1932년 4월 25일을 기념해 건군절이 바뀌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다시 환원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23일 '2월 8일을 조선인민군 창건일로 의의 있게 기념할 데 대하여'라는 22일자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결정서를 1면에 게재하며 건군절 변경을 공식화했다.
그동안 1978년 4·25가 건군절로 된 이후 2월 8일은 내내 평일 취급을 받아왔다.
하지만 김정은 체제 출범 후 2015년부터 정규군 창설일인 2월 8일에 다시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고 매년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며 경축해왔다. 중요한 기념일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나오는 노동신문 사설도 이때부터 등장했다.
북한은 지난 2015년 2월 7일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황병서 당시 군 총정치국장, 현영철 당시 인민무력부장, 리영길 당시 군 총참모장을 비롯한 군부 고위인사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보고 행사를 개최했다. 정규군 창설일을 기념해 북한 군부가 총출동해 행사를 치른 것은 최근에는 이때가 처음이었다.
북한은 이외에도 전역에서 전쟁 노병들과의 상봉 모임, 참전 열사묘 참배, 전쟁기념관 참관, 예술공연과 무도회 등 다양한 경축 행사를 대대적으로 진행하며 정규군 창설일 분위기를 띄웠다.
2016년에도 북한은 노동신문 사설과 여러 가지 행사를 통해 2월 8일에 초점을 맞췄으며, 지난해에는 2015년과 마찬가지로 군 고위간부들이 총출동한 가운데 정규군 창설 69돌 기념 인민무력성 보고회를 대대적으로 개최했다.
김정은 정권이 정규군 창설일인 2월 8일을 건군절로 지정한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김일성의 항일투쟁사를 가장 중시했던 선대 지도자들과의 차별화를 꾀하려는 의도로 분석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후계자 신분이었던 1978년 항일투쟁사를 강조하며 김일성이 빨치산부대를 조직한 4월 25일을 건군절로 정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건군절 변경은 김정은이 군에 대한 아버지·할아버지의 해석과 다른 자신만의 군에 대한 관점을 차별화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라며 "특히 올해가 정권 수립 70주년인 만큼 정규군 창설일을 건군절로 지정함으로써 국가성의 의미를 더 부각하려는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현대전은 포병전'이라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김정은의 군대관에 맞춰 건군절을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지난해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던 김정은의 자신감도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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