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일본군 위안부 운동사' 영문으로 펴내는 민병갑 교수
피해자 103명 증언 토대로 국내외 학자 27년 연구성과 등 집대성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103명의 증언록을 토대로 한국과 해외 학자들의 연구 성과와 각국 시민운동 등 위안부 운동사를 집대성한 영문서적을 하반기에 발간할 예정입니다."
지난 18일 재외한인학회가 주최한 '재미동포 차세대의 정체성 확보' 학술세미나 참석차 방한한 민병갑(76) 뉴욕시립대 석좌교수는 2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 제기는 단지 한일간의 과거사 갈등이 아니다. 전시 성폭력을 근절하려는 보편적 인권 운동이므로 이를 해외에 널리 알리려고 영문으로 집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1990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발족해 본격적으로 위안부 피해 여성의 목소리가 세상에 전해지기 시작한 때부터 지난해까지 관련 분야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담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뉴욕시립대 퀸지칼리지 소속의 재외한인연구소 소장으로 1990년대 초부터 위안부 이슈를 연구해 온 민 교수는 한국에 있는 '나눔의 집'을 여러 차례 방문했고, 피해 할머니들과 몇 주간 생활하면서 증언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일본군 성노예 희생자 배상운동, 지난 27년을 회고하며'라는 주제로 한국·미국·중국·일본의 학자와 시민운동가들이 함께한 국제학술대회를 열어 위안부 문제의 공론화에 앞장서기도 했다.
민 교수는 "아베 정부가 들어선 이후로 일본은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성을 부인하는 등 과거 책임을 일정 부분 인정하던 시기보다 역사인식이 더 후퇴했다"며 "위안부 피해 여성이 나온 중국과 아시아 여러 국의 주장도 책에 담아서 이 문제가 한국만의 주장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 곳곳에 세워진 13개의 위안부 기림비는 한인 단체뿐만 아니라 중국인·유대인 등 타민족 커뮤니티의 지지가 큰 역할을 했다"며 "지난해 9월 샌프란시스코에 세워진 기림비가 한국, 중국, 필리핀 위안부 피해자가 서로 손을 꼭 잡고 있는 형상인 것처럼 다른 나라 피해 여성이 있다는 사실도 계속 알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 교수는 또 "일본의 역사퇴행을 막기 위해서는 미국 등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미치는 나라에서 이 문제를 꾸준히 이슈화하는 게 중요하다. 미국 하원에서 위안부 결의안이 채택되기도 했지만 위안부 문제 제기는 갈 길이 멀다"며 "지난해 학술대회에서 구축된 네트워크를 활용해 지속해서 학술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1972년 미국 조지아주립대 유학으로 이민한 그는 교육철학과 사회학 박사학위 취득 후 뉴욕시립대에 교편을 잡았다. 2009년에는 재미동포사회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재외한인연구소를 설립했다. 이 연구소는 매년 국제학술회의 개최, 순회강연, 재미한인 테이터뱅크 구축과 도서관 운영 등을 통해 한인사회 발전 방안과 차세대의 정체성 확립 연구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재외한인 이민사, 한인 차세대 정체성, 일본군 위안부 등을 주제로 120여 편의 논문과 5권의 단행본을 저술했다. 2012년 미국사회학협회가 수여하는 평생공로상을 아시아계 학자로는 유일하게 수상했고, 2013년에는 뉴욕시 감사원장으로부터 '우수 아시안 아메리칸 상'을 받았다. 이밖에 뉴욕인권센터 '인권상', 재외한인학회 '학술상'도 받았고 한국 정부는 그동안의 공로를 인정해 지난해 한인의 날에 '대통령 표창'을 수여했다.
이번 학기에 '위안부 문제와 희생자를 위한 운동'이라는 제목의 강좌를 개설해 가르칠 예정인 그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연구와 강의를 계속 이어갈 계획이지만 뒤를 이를 후학 양성이 시급하다"며 "이 분야를 계속 육성하기 위해서는 모국과 동포사회의 지지가 필수적"이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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