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홍준표 대표, 색깔론 펴며 '미래'로 나아갈 수 있나
(서울=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22일 문재인 정권의 성격을 '좌파 국가주의'로 규정하고, "좌파 국가주의로부터 대한민국과 국민의 삶을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모든 혼란과 퇴행의 원인은 바로 문재인 정권의 좌파 국가주의"라면서 "좌파 국가주의가 대한민국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좌파 국가주의'의 대표적 사례로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팀 남북단일팀 구성 강요 ▲금강산 전야제 및 남북한 한반도기 공동입장 ▲가상화폐 투자에 대한 강압적 규제 ▲일자리를 만들 기업의 자유를 확대하는 대신 세금으로 공무원을 늘리는 것 등을 꼽았다. 홍 대표는 청년들이 마음껏 역량을 발휘하며 꿈을 이뤄나가기 위해선 '좌파 국가주의'가 아니라 '자유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 대표는 현 정부의 대표적 경제정책인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도 "최저임금을 16.4%나 일시에 졸속으로 인상한 것은 결과적으로 반(反)서민, 반(反)청년 정책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개헌에 관해서도 "문재인 정권은 우리 대한민국 체제에서 '자유'를 삭제하려 하고 있다"면서 "좌파 사회주의 개헌 시도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북한의 공식 명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인 점을 지적하면서 "'자유'가 빠진 민주주의는 북한과 다를 것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홍 대표가 현 정권을 '좌파 국가주의'로 규정한 것은 6·13 지방선거를 겨냥해 계산된 발언으로 보인다. '좌파 국가주의' 또는 '좌파 사회주의' 대 '우파 자유주의'의 이념적 대결구도로 몰고 가 보수층의 결집을 꾀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홍 대표도 "이번 지방선거는 대한민국을 망치는 문재인 정권의 좌파 폭주에 맞서 국민 여러분의 삶을 지키는 선거"라면서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은 박완주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대한민국의 통합을 저해하고 평화를 부정하는 케케묵은 색깔론으로 도배된 회견"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그렇게 편 가르는 정치행태에 대해 국민이 큰 실망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의석 118석을 보유한 제1야당 대표의 신년 기자회견은 상당한 정치적 의미와 무게를 지닌다. 홍 대표가 문재인 정부의 3대 불안 요인을 ▲폭풍 속의 촛불안보 ▲역주행 경제 ▲급격한 인구감소로 규정하고, 전술핵 재비치, 산업구조조정 및 노동·자본시장 개혁, 인구전담 부처 신설 추진 등을 제시한 것은 나름대로 주목할 만하다. 제1야당으로서 정부·여당에 가한 비판과 견제로 볼 여지가 있다. 하지만 아무리 선거를 앞두고 있다 해도 시종일관 문재인 정권을 '좌파 국가주의'로 비판한 것은 과도한 색깔론 공세라는 인상을 준다. 지금 국민이 원하는 것은 갈등보다 통합이고, 과거보다 미래다. 홍 대표도 회견에서 "문재인 정권은 여전히 과거의 적폐청산에 머물러 있지만 한국당은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당이 미래를 향한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믿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홍 대표는 작년 7·3 전당대회로 당권을 잡은 이후 보수혁신과 환골탈태를 수차례 약속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 정치인 몇 명을 출당시킨 것 외에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새로운 인물을 영입해 당의 면모를 일신하지도 못했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책을 주도적으로 제시한 적도 없다. 오히려 홍 대표 체제로 들어서면서 사당화 논란이 격하게 일었다. 그 결과가 여당의 4분의 1도 안 되는 한국당의 참담한 지지율이다. 홍 대표는 지방선거에서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최소 6곳을 승리하겠다고 했지만, 뜻대로 될지 의문이다. 혹시 색깔론이나 이념 대결로 지방선거를 치를 생각이라면 지금이라도 재고하는 게 좋다. 참신한 인재 영입과 정책 대결로 경쟁하는 게 그나마 최선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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