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도니아 국명 사용 안돼" 그리스 대규모 거리시위
(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수만 명의 그리스인이 21일(현지시간) 북부 그리스의 최대 도시 테살로니키에서 마케도니아의 국명 사용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였다.
AFP통신에 따르면 두 나라는 나라 이름을 둘러싸고 27년째 갈등을 빚고 있다.
그리스는 마케도니아가 테살로니키가 속한 북부 마케도니아 지방의 이름을 국명으로 사용하겠다고 고집하는 이유는 마케도니아를 장악하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마케도니아 지방은 고대 알렉산더 대왕을 배출한 마케도니아 왕국의 중심지로, 그리스 북부에 있다.
경찰은 9만여 명이 이날 시위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시위는 강경파 성직자들과 극우파 지도자, 그리스 디아스포라 그룹이 이끌었다.
시위대는 이날 아침 일찍 테살로니키 해변 화이트타워 앞에 집결한 뒤 시위에 나섰다.
시위 주도자는 "최소 40만 명이 시위에 참여했으며 이는 무척이나 인상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위대와 이를 반대하는 무정부주의자들 사이에 몇 차례 충돌이 빚어졌고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해 해산시켰다.
전 세계에 '신(新)나치'(neo-Nazi)를 확산시키는 그리스 극우정당 '황금새벽당'(Golden Dawn) 당원들도 지역 성직자들과 함께 알렉산더 대왕 동상 주변에서 시위에 동참했다.
그리스 우파 제1 야당 '신민주주의'(New Domocracy) 소속 의원들은 당 대표의 시위 참가 거부 방침에도 불구하고 시위에 참여했다.
그리스 남부 크레타 섬 사람들은 전통복장 차림으로 말을 타고 시위를 벌였다.
284대의 버스가 그리스 전역에서 시위대를 실어날랐다고 경찰은 말했다.
50세의 한 시위 참가자는 "마케도니아는 그리스에 속해 있으며 이는 협상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면서 "정치인들은 우리를 배신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양국의 국명 분쟁을 중재해 온 매슈 니메츠 유엔 특사는 지난 17일 유엔에 새로운 중재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중재안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마케도니아라는 이름이 들어간 5개의 절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1991년 마케도니아가 옛 유고 연방에서 분리된 이래 마케도니아의 이름 사용을 둘러싸고 외교 분쟁을 지속해 왔다.
마케도니아는 그리스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혀 2008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문턱에서 좌절했고 숙원인 유럽연합(EU) 가입을 위한 절차에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앞서 1992년에는 그리스 전체 인구의 10%에 해당하는 100만 명 이상의 그리스인들이 테살로니키에 모여 "마케도니아는 그리스에 속한다"면서 마케도니아의 국명 사용 반대 시위를 펼쳤다.
그리스인 대상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63%는 유엔 중재안을 받아들이는 게 최선이라고 답했다.
1992년 시위를 이끈 그리스 정교회는 종전과 달리 이번 시위에는 거리를 뒀다.
정교회 지도자는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에 "국민 모두가 단합해야 한다"면서 "시위나 외침은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치프라스 총리는 다음 주 개혁 성향의 조란 자에브 마케도니아 총리를 만난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명 분쟁의)해결 기회가 나오면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며 "그렇지 못할 경우 국가적인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중재안이 받아들여질 경우 중재안은 그리스 의회 승인을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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