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세금폭탄' 현실화…전문가 "재건축 사업 힘들 것"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김연정 기자 = 정부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부담금 시뮬레이션 결과라며 '세금 폭탄'을 경고하고 나서면서 부동산 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재건축 사업 추진으로 조합원 개개인이 부담해야 할 기본 분담금 외에 인당 3억∼4억원, 최고 8억원이 넘는 돈을 개발부담금이라는 '세금'으로 내라는 것은 재건축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유예 이후 잠잠했던 부담금 계산법과 시행 방법에 대한 미실현이익에 대한 과세 등 위헌 논란 등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 "실제 이렇게 많이 나오나" 전문가도 놀란 초과이익환수 부담금
국토교통부가 21일 제시한 강남 4구 15개 단지의 재건축 부담금은 평균 4억3천900만원, 최고 8억4천만원에 달한다.
국토부가 처음 산출한 금액에서는 최고 부과 단지가 인당 9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집값 상승률 등을 조정해 예상 부과액을 낮췄다는 것이 국토부의 설명이다. 강남권의 다른 단지도 인당 부과액이 6억원이 넘는 곳이 3곳이나 된다.
이들 단지에는 지난해 말까지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지 못해 부과 대상이 된 서초구 반포 3주구를 비롯해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종후 시점(재건축 종료후 입주시점)의 가격과 집값 상승률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적용한 것이 이 정도 금액"이라며 "앞으로 집값이 더 많이 오르면 부담금은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부 시뮬레이션 결과가 공개되자 "정말 이렇게 많이 나오냐"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개발이익이 큰 반포 주공1단지 등 강남권 재건축 저층 아파트 단지들이 자체적으로 감정평가사 등을 동원해 계산해본 결과 많아야 부담금액이 인당 3억∼4억원이었다. 그런데 실제로는 2배 이상 많은 금액이 부과된다는 뜻이다.
제이앤케이도시정비 백준 대표는 "강남권이나 과천 등지는 주변의 정상집값 상승률이 높아 의외로 부담금이 높지 않게 산출되는데 어떤 식으로 계산하면 8억원이 넘는 금액이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계산 산식을 봐야 정확하게 판단이 되겠지만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금액"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개발이익 최초 기산일이 재건축 추진위원회 설립일이지만 실제로는 입주 시점으로부터 10년 전까지의 부담액만 부과되는데, 집값이 급락한 MB정부 시절 2010년대 초중반 가격이 종전 집값으로 반영되며 부담금이 과도하게 높아진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현재 부담금 대상 아파트는 관리처분인가 신청 이전 단지들로, 입주시점이 빨라야 2021년∼2022년 이후다. 이 시점부터 10년 전 시세를 종전 집값(최초 기산일)으로 잡으면 집값이 하락했던 2011년, 2012년 이후가 된다.
업계에서는 8억4천만원이 부과되는 단지가 저층 아파트로 용적률 증가분이 커 개발이익이 높고, 입지여건이 좋은 서초구 반포 3주구가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그러면서 정부가 정확한 계산 식도 내놓지 않고 '겁주기' 식으로 금액만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의도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신한금융투자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정부가 역대 최강이라는 8·2부동산 대책 이후에도 강남 집값이 계속 오르니 재건축 연한 강화 선언에 이어 부담금을 미리 공개하며 '충격요법'을 주려는 것 같다"며 "실제 부담금이 이 정도라면 재건축 동의율부터 확 떨어져서 사업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재건축이 집값 불안의 진앙지라고 보고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에 이어 재건축 연한 40년 확대, 안전진단 강화에 이어 초과이익환수제까지 '4중 족쇄'를 채우려는 것 같다"며 "실제 부담금이 이렇게까지 높게 나온다면 조합원들은 재건축을 계속할지, 과거처럼 규제완화가 될 때까지 기다리며 사업을 중단할지 갈림길에 놓일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한 부동산 전문가도 "부담금이 이렇게 많이 부과된다면 재건축을 하지 말라는 것과 똑같고 실제 조합원들 사이에 반대 의견이 많아져 동의율 확보부터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한동안 서울시내 주택공급이 줄어든다면 5∼6년 뒤 후유증이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재건축 '올스톱' 되나…조합 반발 거셀 듯
전문가들은 이러한 청구서가 실제 부과될 경우 조합원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했다.
잠실의 한 중개업소 사장도 "강남권은 대출도 막힌 상태에서 내집 장만하면서 3억원, 8억원의 부담금을 내려고 현금을 쌓아놓고 사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느냐"며 "실제 부담금이 이렇게 부과된다면 조합원들도 크게 반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사업을 당분간 중단하거나 포기하는 곳이 많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재건축 초기단지 사업은 물론이고 이미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아직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지 못한 단지 중에서도 재건축 포기 선언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미실현 이익에 부과되는 세금을 주민들이 얼마나 용납할지 미지수"라며 "양도차익이 난 것도 아니고, 8억원씩이나 생돈으로 세금을 내고 재건축을 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의 재건축 규제로 강북의 재개발 사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성동구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재개발은 재건축 연한이나 부담금 등 각종 규제에서 빠져 있기 때문에 영향이 없다"며 "최근에도 투자 문의가 많고 가격이 초강세인데 강남에서 빠진 자금이 이쪽으로 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재건축 부담금이 웬만한 아파트, 빌라 한 채 가격이라면 재건축 매수자들은 분명 부담이 되겠다"며 "재건축 이외 한강변 재개발사업장이나 분양 시장으로 수요가 옮겨갈 수도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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