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거래내역 금융·세정당국이 모두 들여다본다
지하경제 지상으로…자금세탁 차단·세금부과 기반 마련
실명확인 후 매매내역 접근 가능…관련 시스템 이르면 1월말께 가동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민경락 박의래 기자 = 이르면 이달 말부터 가상화폐(암호화폐·가상통화) 거래자의 매매내역을 금융당국과 세정당국이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지하경제 영역에 머물렀던 가상화폐 거래내역을 정부가 파악하기 시작하면 자금세탁을 차단하고 거래세나 양도소득세 등 세금을 부과할 기반을 갖추게 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상화폐 거래소에 거래자의 매매 기록을 보관·관리하고 필요시 검사에 응해야 하는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을 가상화폐 관련 자금세탁방지 업무 가이드라인에 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21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행법상 자금세탁 방지 의무가 있는 은행이 고객인 거래소에 이런 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이라면서 "가상계좌 등 지급결제시스템 없이는 사실상 영업을 할 수 없으므로 거래소가 따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 내역을 지하에서 지상으로 끌어올리는 두 축은 실명확인 시스템과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이다.
실명확인 시스템을 통해 자금 입출금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을 통해 해당 인물의 매매 기록에 접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현행 자금세탁 방지법은 고객 실명확인과 의심거래 보고, 내부 통제 등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고객의 신원을 명확히 확인하고 이들이 자금세탁으로 의심될만한 거래를 하는 경우 금융당국에 즉시 보고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번에 마련되는 자금세탁방지 업무 가이드라인은 이와 함께 거래소가 법인 자금과 고객 자금을 엄격히 분리하는지, 이용자 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등에 대한 지침을 담을 예정이다.
우선 실명확인은 자금세탁 위험도가 높은 고객에게 적용하는 강화된 고객확인제도(EDD)를 적용할 예정이다.
거래소가 이용자 관리를 제대로 하는지 살피고자 거래소에 거래자의 매매 기록을 보관·관리하는 의무를 주고 이를 은행이 현장 점검을 통해 확인하도록 했다. 당국은 은행을 통해 이런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매수자와 매도자, 매수·매도 가격과 손익, 일시 등이 기록되는 매매 기록은 과세의 기초 자료가 된다.
거래 기록으로 거래세를, 매매 손익을 통해 양도소득세를, 매매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를 토대로 법인세를 부과하는 근거자료가 된다.
기존에도 거래소들이 자체적으로 매매 기록을 관리했어도 거래소마다 기준이 달라 자금세탁이나 과세자료로서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웠지만 앞으로는 이런 문제가 해결된다.
당국은 법인자금과 고객 자금을 명확히 구분하는 과정에서 법인의 운영자금 계좌나 임원의 개인계좌로 위장한 사실상의 가상화폐 거래 가상계좌인 일명 '벌집 계좌'도 차단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가상통화 관련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은행의 실명확인 시스템에 반영할 계획이다. 이런 절차를 마칠 경우 실명확인 시스템은 이르면 1월 말께, 늦어도 2월 초에는 가동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자금세탁 방지 가이드라인과 별도로 가상화폐 거래소에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하는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의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법이 통과되면 자금세탁 관련 문제에 대해 정부가 은행을 통하지 않고 거래소를 직접 통제할 수 있게 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실명확인 시스템이 가동되고 정부가 매매 기록에 접근하기 시작하면 가상화폐 거래도 사실상 양지로 드러나게 되는 것"이라면서 "자금세탁을 차단하고 공정한 과세가 이뤄지면 가상화폐 거래도 점차 위축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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