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부동산 곤두박질…울산동구 '조선 침체'의 끝 어디
조선소 근로자 2015년 후 2만7천명↓…남은 근로자도 투잡해야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조선업 불황으로 닥친 울산시 동구의 침체가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조선소 근로자들이 하나둘씩 떠나면서 근처 원룸은 텅텅 비고, 인구는 19개월 연속 감소했다.
조선소에 남은 근로자도 대리운전 등으로 '투잡'하며 최악의 시간을 견디고 있다.
동구의 조선업체에 근무하는 김모(33)씨는 지난달부터 야간 대리운전을 시작했다.
그는 5년 전 취업해 2∼3년간 제대로 된 임금을 받으며 나름 부족한 것 없이 생활했다.
그러나 2016년부터 일감 부족이 심해지고, 수당이 줄어들면서 월급도 감소했다.
취업 후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구입했지만 지금 받는 임금으로는 생활비와 대출 이자를 감당하기가 빠듯해졌다.
이 때문에 대리운전을 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김씨는 "대출 이자는 물론 아이까지 키워야 하니 밤에도 일해 돈을 벌 수밖에 없다"면서 "조선업 경기가 계속 어려워지면 결국엔 아파트를 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부 근로자들이 많이 거주했던 동구 방어동 일대의 원룸촌은 직격탄을 맞았다.
해양사업부 일감이 없어지면서 근로자가 줄고, 덩달아 원룸의 수요도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다.
원룸촌을 돌아다니다 보면 '즉시 입주 가능'이라는 안내 전단을 여기저기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 지역 원룸의 공실률은 60%에 달한다.
원룸 건물의 경매가도 한때 7억을 호가했지만, 현재 4억5천만원 선으로 뚝 떨어졌다.
땅값도 떨어지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방어동의 지가는 전년 대비 -3.2%를 기록했다.
일산동은 -2.2%, 미포동과 동부동, 서부동은 -1.3% 하락하는 등 동구 대부분의 땅값이 떨어졌다.
울산시 전체가 이 기간 3.4% 상승한 것과 대비된다.
동구의 주택 매매도 줄었다. 2014년 총 4천345건이었던 주택 매매 건수는 지난해 2천506건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동구의 부동산 시장이 한파를 겪는 것은 조선업체 구조조정에 따른 인구 감소가 결정적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로 2015년 이후 퇴직하거나 일자리를 잃은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협력업체 근로자는 2만7천여 명에 달한다.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떠나면서 동구의 인구가 함께 줄어들었다.
울산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동구의 인구는 17만3천96명으로 1990년대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016년 6월부터 19개월 연속 감소 추세다.
가장 인구가 많았던 1995년 19만2천7명과 비교해서는 1만8천911명(9.8%)가 감소한 것이다.
내국인 인구도 16만9천605명으로 90년대 이후 처음으로 17만 명 미만으로 떨어졌다.
동구청의 한 관계자는 "조선업 불황으로 많은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고 동구를 떠나고 있다"며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 지자체 차원에서 노력하고 있지만, 세계적인 조선업 경기 침체 속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yongt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