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텃밭' 당협위원장 맡은 홍 대표, 비판론에 귀 기울여야
(서울=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19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조직강화특위(조강특위)의 선정을 거쳐 올라온 전국 45곳의 새 당협위원장을 확정해 발표했다. 홍 대표 체제 출범 이후 당무 감사를 거쳐 교체대상 지역으로 선정한 62곳과 기존 사고 당협 12곳 등 74곳 가운데 1차로 선임한 것이다. 한국당은 지난해 12월 17일 현역의원 4명을 포함해 62명의 당협위원장 교체를 골자로 한 당무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새로 임명된 당협위원장 가운데는 대구 북구을의 홍준표 대표도 포함돼 있다. 홍 대표가 한국당의 텃밭인 대구지역의 당협위원장을 신청할 때부터 당 안팎에서 논란이 일었지만 조강특위와 최고위원회가 선임안을 확정한 것이다. 이용구 조강특위 위원장은 브리핑을 통해 "심층면접 결과 홍 대표의 대구 북을 당협위원장 신청은 지방선거를 이끌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지난 17일 진행된 조강특위의 심층면접에서 "(대구 북을) 국회의원 선거에 절대 출마하지 않는다"는 뜻을 수차례 밝혔다고 이 위원장은 전했다. 6·13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근거지인 대구·경북(TK)을 단단히 다지는 게 필요하고, 홍 대표의 대구 북구을 당협위원장 선임도 이런 맥락에서 이뤄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 안팎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당장 옛 친박계이자 비주류인 김태흠 최고위원은 "엄동설한에 당원들은 떨고 있는데 당 대표가 가장 따뜻한 아랫목을 염치도 없이 덥석 차지해 버린 꼴"이라면서 홍 대표가 한국당을 사당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8일 홍 대표가 대구 북구을 당협위원장에 신청했을 때도 김 최고위원은 "험지를 택해 희생과 모범을 보여야 하는데 셀프 입성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부산시장 출마를 준비 중인 박민식 전 의원도 같은 날 "홍 대표는 꽃길을 걷겠다고 선언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홍 대표는 당일 열린 대구시당 신년인사회에서 "대구를 근거지로 해서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지 대구에 출마하겠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당의 이번 당협위원장 교체는 당헌·당규에 따라 공모와 조강특위 심사 절차를 거쳐 이뤄진 것이다. 따라서 홍 대표가 대구지역 당협위원장에 포함된 것 자체는 문제 될 것이 없다. 하지만 국민과 유권자의 눈높이에 부합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한국당은 '전략적 선택'이라고 하지만 이를 수긍하는 유권자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홍 대표는 당협위원장 신청을 하면서 다음 총선에서 대구에 출마할 뜻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설득력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대구지역에서 총선에 출마할 것도 아닌데 굳이 왜 대구지역 당협위원장을 맡았는지 알 수 없다. 더구나 지금 한국당은 절대적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6∼18일 전국의 성인 1천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한국당 지지율은 8%에 불과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46%)의 6분의 1 수준이다. 이대로 가다가 한국당은 지방선거에서 완패할 가능성이 크다. 텃밭인 TK와 부산·울산·경남 등 영남권 5개 지역을 제외하고는 한국당이 지방선거에서 기대를 걸 곳이 마땅치 않다. 최대 승부처인 서울, 경기, 인천과 충청권에서 한국당 지지율은 참담한 수준이다. 홍 대표가 당협위원장을 맡더라도 수도권을 선택해 '희생과 헌신'으로 승부를 걸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홍 대표는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비판론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기왕 대구지역 당협위원장을 맡기로 한 것을 되돌리기는 어렵겠지만, 자신의 선택이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노력하기 바란다. 의원 118석의 제1야당을 진두지휘하는 사령관답게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당의 이익, 나아가 국가의 이익을 위해 몸을 던져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나중의 일이지만 총선 불출마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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