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 피해 새마을금고…보안지침 제대로 안 지켰다
홀로 출근했다가 강도에 속수무책…2명이 열어야 하는 금고도 혼자 열어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18일 울산에서 발생한 새마을금고 강도 사건은 금융기관이 보안 지침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점도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동구 방어동 일산새마을금고에 이날 첫 번째로 출근한 직원 A(49)씨는 홀로 뒷문을 열고 들어가려던 중 강도 김모(49)씨에게 흉기로 위협당했다.
김씨는 뒷문 맞은편에 있는 외부 화장실에 숨어 직원이 출근하기를 기다렸다가 범행을 저질렀다.
혼자 있던 A씨는 뒤에서 흉기를 들고 갑자기 다가온 김씨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새마을금고 중앙회의 '현금 도난사고 예방 지침'에서는 아침에 문을 열 때는 항상 2명 이상이 동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도 "대부분의 은행이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2명이 1조를 이뤄 출근한다"며 "만약 한 명이 먼저 도착한다면 나머지 한 명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함께 보안 시스템을 해제하고 출입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을 열 때 강도가 덮치는 사건이 더러 있어 항상 주변을 경계하라고 철저히 교육한다"고 덧붙였다.
강도가 금고에서 돈을 강탈해 가는 과정에서도 보안상의 허점이 드러났다.
김씨는 흉기로 A씨를 위협해 금고 문을 열고 돈을 꺼내오라고 지시했고, A씨는 그 말을 따랐다.
그러나 금융기관의 금고는 1명이 열 수 없는 게 일반적이다.
새마을금고의 '안전관리 시설물 설치 및 운영 지침'에서도 반드시 2명의 입회하에 금고를 열어야 한다. 이는 한 사람이 혼자서는 돈을 빼내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이 지침에 따르면 1명은 암호를, 다른 1명은 열쇠를 이용해 함께 금고를 열게 되어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A씨 혼자서도 금고를 열 수 있었다. 만약 지침에 따라 A씨 혼자서 금고를 열지 못했다면 강도의 범행은 미수에 그쳤을 가능성도 있다.
새마을금고의 한 관계자는 "사건이 발생한 지점은 규모가 작고 직원 수가 적다 보니 한 명이어도 금고를 열 수 있게 한 것이 아닌가 싶다"며 "지침을 제대로 안 지킨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시인했다.
yong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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