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트럼프 '한국 세탁기 덤핑' 발언에 당혹·반박(종합)
"현지공장 가동에 영향 미칠 수도…소비자·지역경제 위한 현명한 선택 기대"
송대현 LG전자 사장 "프리미엄 제품 만들고 있어 덤핑 여지없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이 세탁기를 미국에 덤핑하고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해 국내 관련 업계는 18일 공식 반응을 자제하면서도 당혹해 하는 분위기다.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발동 여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결정이 임박한 상황에서 미국측 심기를 건드릴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말을 아끼면서도 고율의 관세 부과가 불가피한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덤핑 주장'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박하면서 미국 현지공장 가동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반격 모드'도 보였다.
LG전자 H&A(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 사업본부장인 송대현 사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개최한 에어컨 신제품 발표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희는 프리미엄 제품을 만들고 있어서 덤핑을 할 여지가 없고, 실제로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송 사장은 "미국이 한국산에 대해 덤핑 규제를 강하게 하고 있어 덤핑 가능성은 없다"고 재차 강조한 뒤 "미국내 정치적 상황, 보호(무역)정책 등으로 이슈화돼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떤 상황이 생겨도, LG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고객들에게는 제품을 제대로 공급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있다"면서 "다음달 중에 결정이 날텐데 어떤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대응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는 공식적인 대응을 피한 채 신중론을 보이고 있으나 대체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이처럼 내심 불만을 표시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와 관련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그러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고율 관세 부과 결정을 내릴 때부터 이런 인식이 깔린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관세 부과는 미국 소비자와 유통업계, 지역 일자리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를 종합적으로 감안해 트럼프 대통령이 현명한 선택을 내리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에, LG전자가 테네시주에 각각 현지 가전 공장을 조기 가동하기로 한 것을 언급하면서 이런 노력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세이프가드로 한국 기업의 미국 내 기반이 약해진다면 결과적으로 가동 중이거나 건설 중인 미국 세탁기 공장의 정상적 가동이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현지 일자리 창출 등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한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이 한때 좋은 일자리를 창출했던 우리의 산업을 파괴하며 세탁기를 미국에 덤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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