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최초 '총장 해임' 인하대…새 총장 선출 난제 첩첩
3월 전 총장 선임 불투명…총장후보추천위 구성·공모 등 일정 빠듯
차기 총장 후보 놓고 하마평 무성…'재단이 총장 임명한다' 비판
(인천=연합뉴스) 정광훈 기자 = 개교 이래 최초로 현직 총장 해임 사태를 맞은 인하대가 총장 선출의 민주적 절차 확보 등 막중한 과제에 직면했다.
인하대 재단 정석인하학원은 이달 16일 한진해운 부실채권 투자로 거액의 손실을 초래한 책임을 물어 최순자 총장의 해임을 결정했다.
최 총장은 교육부의 중징계 요구로 이미 지난해 말 직위 해제된 상태여서 이날 열린 징계위원회의 결정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인하대는 대학발전기금을 투자손실 위험이 큰 회사채에 투자하면서 기금운용위원회를 거치지 않았고, 투자위기관리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최 총장 취임 후 80억원, 박춘배 전 총장 재직 시 50억원 등 130억원으로 매입한 한진해운 회사채는 회사 파산과 함께 휴짓조각이 됐다.
재단은 최 총장과 사무처장 등에게 그 책임이 있다고 결론을 내림으로써 일단 투자손실 책임 논란을 매듭짓겠다는 의지는 보인 셈이다.
인하대는 11대 홍승용 전 총장부터 14대 최순자 총장까지 4대 연속 총장이 4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퇴진한 불명예 기록을 남기게 됐다.
최 총장 해임으로 인하대는 교학부총장 직무대행 체제에서 총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 총장 공모와 새 총장 선임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오는 3월 5일로 예정된 입학식 전까지 새 총장을 선임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입학식 전까지 새 총장을 선임하려면 당장 총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도 일정이 빠듯하다. 총장 공모와 선임을 2월 중 마쳐야 새 총장의 입학식 참석이 가능하다.
최 총장이 재단 징계위원회에 재심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교육부가 재심에서도 중징계 처분을 내렸기 때문에 재단의 결정이 번복될 수는 없더라도 변수로 작용할 소지는 있다. 실제로 최 총장은 최종 징계위원회에서도 자신의 무책임을 항변해 징계위가 해임을 확정하기까지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추천위는 정석인하학원 이사 5명, 인하대 교수 4명, 총동창회 1명, 지역사회 인사 1명으로 구성된다. 재단과 학교 구성원이 외견상 동수로 균형을 이루지만, 가장 핵심인 지역사회 인사 1명을 한진그룹 계열사인 대한항공이 추천한다. 사실상 재단이 총장을 임명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따라서 기존 후보추천위를 학교 구성원의 뜻을 반영한 민주적 총장후보추천위원회로 개편하라는 요구가 학교 구성원 사이에서 거세질 전망이다.
조양호 재단 이사장이 잇단 인사 실패의 책임을 인정하고, 혁신적인 인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자연스레 총장 직선제를 요구하는 주장도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인하대 재단은 17일까지도 최 총장 해임 공문을 학교 측에 보내지 않았지만, 벌써 차기 총장 후보를 둘러싼 하마평이 무성하다. 재단의 신임을 받는 중량급 인사와 교수회가 지지하는 진보 성향 교수들이 거론된다.
이와 함께 검찰이 최 총장의 업무상 배임 혐의 증거가 충분치 않다며 사건 종결한 마당에 130억 투자손실의 책임을 재단이 져야 한다는 주장도 학교 구성원들과 지역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인천평화복지연대 신규철 정책위원장은 18일 "최 총장이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기 때문에 130억 투자손실에 대한 정치·도의적 책임을 인하대 재단이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총장 선출의 민주적 절차 확보가 중요하다는 그는 "지역사회와 학교 구성원의 뜻을 반영한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도 했다.
인하대 교수회 관계자 역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을 누군가가 져야 한다. 재단이 최 총장을 해임했지만, 재단에도 감독 책임은 있다"며 재단 책임론에 가세했다.
재단이 투자손실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손실 보전을 재단에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학교 구성원들 사이에 커지는 이유다.
무엇보다 최 총장 체제에서 깊어진 학교 구성원 간 갈등을 봉합하고, 경영능력 부족으로 늘어난 학교 재정 적자를 획기적으로 줄일 자구책을 마련하는 것이 차기 지도부의 최우선 과제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barak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