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1545년 멕시코 아즈텍 문명 사회에서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전염병이 창궐해 무려 1천500만명의 원주민이 목숨을 잃었다.
고열과 두통에 시달리던 당시 원주민들은 급기야는 눈과 입, 코에서 출혈을 일으키면서 속속 죽어 나갔다.
일반적으로 3~4일 앓다가 숨졌는데, 이후 5년 사이 당시 원주민의 80%가 사라졌다.
원주민들은 이 전염병의 이름을 '코코리츨리'(cocoliztli)라고 불렀다.
이는 아즈텍 고유 언어인 '나와틀'(Nahautl)어로 '역병'(pestilence)을 뜻한다.
이 역병의 원인에 대해 지난 500년 가까이 천연두, 홍역, 볼거리, 독감 등이 거론됐지만 정확한 원인은 그동안 규명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일단의 학자들이 아즈텍 무덤에서 찾은 해골 29개를 대상으로 DNA 검사를 실시해 요즘의 '파라티푸스'(Paratyphi)C로 알려진 '살모넬라엔테리카'(Salmonella enterica) 박테리아의 흔적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고 AFP통신이 15일(현지시간) 전했다.
이 박테리아는 장티푸스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즘 세상에서는 멕시코에서 발견된 이 박테리아가 인간에 감염을 일으키지 않는다.
살모넬라는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통해 전염된다.
스페인인들이 집에서 키우던 동물들을 몰고 멕시코로 들어오면서 살모넬라가 확산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 정복자들은 신세계로 몰려들면서 원주민들이 전혀 겪어본 적이 없는 병균을 퍼트렸다.
면역력을 갖추지 못한 원주민들은 대거 목숨을 잃을 수 밖에 없었다.
코콜리츨리는 스페인인들이 중남미에 도착한 직후 극성을 부린 천연두 때문에 500~800만 명이 목숨을 잃은 지 불과 20년 만에 지금의 멕시코와 과테말라에서 발생했다.
두번째 코콜리츨리는 1576~1578년 사이 발생해 생존해 있던 원주민 절반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살모넬라는 중세 유럽에서도 존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역사학자는 당시 도시나 큰 마을에서는 아침부터 해질 때까지 성직자들이 시신을 들어 구덩이에 던져 넣는 일 말고는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연구에 참여한 독일 튀빙겐대 아실트 바게네는 "1545~1550 코콜리스틀리는 유럽인들이 멕시코에 도착한 이후 발생한 많은 전염병 가운데 하나였다"며 "이는 당시 주민 대부분의 목숨을 앗아간 3개의 전염병 가운데 두번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콜리스틀리 원인을 놓고 역사학자들 사이에서 1세기 이상 토론이 진행돼 왔다"면서 "이번 DNA 검사로 직접적인 증거를 제시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원인 이 대학 알렉산더 헤르비크는 "살모넬라균이 코콜리스틀리의 원인이라고 확정해 말할 수는 없다"며 "하지만 살모넬라균이 처참한 죽음을 몰고 온 전염병의 가장 유력한 후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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