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고 교사채용 서류심사 꼴찌가 최종합격…207명 '들러리'
원서마감 전날 기준 바꿔 특정인 채용…관련자 6명 파면·해임 등 요구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208명이 지원한 서울 한 사립고등학교 정교사 채용 과정에서 서류심사 기준이 원서마감 전날 갑자기 바뀌어 꼴찌가 최종 합격하는 일이 벌어졌다.
서울시교육청은 노원구 H고 영어교사 공개채용 과정에 비리가 있다는 내부 공익제보를 받고 감사를 벌여 행정실장과 교무부장(현 교장)이 특정인을 합격시키고자 서류심사기준 변경을 관련자들에게 청탁한 사실 등을 확인했다고 16일 밝혔다.
교육청은 행정실장 A씨는 파면, 교무부장 B씨와 서류심사기준 변경을 주도한 영어과 대표교사 C씨는 해임, 특정인 채용을 도와달라는 청탁을 수용한 교사 D씨와 E씨는 감봉·견책, 인사위원장으로서 부적절한 상황을 방치한 교감 F씨에게는 감봉 등 조치를 할 것을 학교법인에 요구했다.
또 C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A씨와 B씨에 대해서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과태료 부과를 법원에 요청했다. C씨는 불구속 기소됐다.
교육청에 따르면 H고 행정실장 A씨와 교무부장 B씨는 작년 1월 초 진행된 영어교사 공채에서 해당 고교 기간제교사 G씨가 합격하도록 서류심사 기준을 바꾸고자 다른 영어교사들을 회유·압박했다.
A씨는 교사채용에 관여할 권한이 없음에도 서류심사 기준 변경에 개입했고 자신의 뜻과 다른 기준이 결정되자 술을 마신 상태로 관련 교사에게 전화해 욕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영어과 대표교사 C씨는 서류심사 기준 변경을 주도했다. C씨는 교과협의회 표결로 심사기준이 이미 확정됐는데도 교장에게 '협의 중'이라고 보고한 뒤 다른 교사들에게는 '교장 의견'이라며 표결 결과를 취소, 새 기준에 관한 동의를 받았다.
결국 심사기준은 원서접수 마감 하루 전날 G씨에게 유리하게 바뀌었다. 원래 출신 대학과 전공, 대학성적 등 객관적 요소에 따라 가산점을 주게 돼 있었으나 인성과 업무적합도 등 주관적 요소로 변경됐다.
G씨는 변경된 기준에 따라 공동 2위로 서류심사를 통과했다. 애초 기준이었다면 최하위인 15등으로 통과가 어려웠다. 지원자 중 유일하게 G씨만 업무적합도 가산점 최고점인 4점을 받았다.
그는 서류심사에 앞선 필기시험에서는 208명 중 1등을 차지했지만 이 과정도 석연치 않다고 교육청은 전했다.
G씨 직속상관인 C씨가 출제위원으로 참여했다. 교육청은 시험문제가 사전 유출된 정황이 있으나 증거를 확보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교육청은 A씨와 B씨 등이 전임 교장 부탁으로 G씨의 부정채용에 나섰고, 전 교장의 가족과 G씨 가족이 경기도 한 지역에서 함께 정치활동을 하는 인연이 있다는 공익제보자의 전언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명확한 증거는 드러나지 않았다.
교육청 관계자는 "학교법인이 교사채용에 무관심한 상황을 틈타 행정실장 등이 월권을 행사한 경우로 파악됐다"며 "금품수수 정황은 확인하지 못했고 검찰 수사에서도 금품수수 혐의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청은 G씨가 2013년 기간제교사로 채용될 때도 채용과정에 잡음이 있었던 정황을 인지했으나 징계시효(3년)가 지난 데다 감사대상이 아니어서 따로 조사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교육청은 부정채용 당사자인 G씨에 대해서는 직접 저지른 부정행위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따로 처분을 요구하지 않았다. 교육청은 법률검토를 거쳐 G씨의 임용취소를 학교법인에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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