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 작가 1주기…유작 소설집·장편소설 출간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지난해 1월 18일 세상을 떠난 소설가 정미경(1960∼2017)의 1주기를 맞아 그의 유작인 장편소설과 소설집이 함께 출간됐다.
작가의 마지막 소설집이 된 '새벽까지 희미하게'(창비)는 계간 창작과비평 2016년 여름호에 발표한 단편소설 '새벽까지 희미하게'를 비롯해 소설집으로 묶이지 않은 근작 소설 5편을 묶은 것이다. 여기에 소설가 정지아, 정이현, 유족인 김병종 화백이 그리움을 담아 쓴 추모 산문 3편을 실었다.
표제작은 다양한 불행으로 점철된 삶을 살아가는 인물 '송이'와 좀 더 윤택한 삶으로 건너가기 위해 송이의 성과를 가로채고 모른 척했던 '유석'의 이야기를 그린다. 제17회 이효석문학상 후보에 오르기도 한 '못'은 "자신의 욕망에 전력으로 매달림으로써 불안을 유예하는" 남자 '공'과 "미리 내려놓음으로써 불안의 싹수를 자르는" 여자 '금희'의 이야기다.
소설가 이현수는 이 책의 추천사로 "당대의 현실과 정면으로 마주한 채 인간의 속물적 심리를 날카롭게 꿰뚫던 정미경식 혜안 그 서늘한 문장은 이제 어디서 읽을까"라고 탄식했다.
유족인 김병종 화백은 작가의 한 소설집 제목이기도 한 '나의 피투성이 연인'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작가로서의 삶뿐만 아니라 아내이자 두 아들의 어머니로서의 삶도 숭고했던 작가를 이렇게 돌아봤다.
"그러나 그 '다른 것'을 정미경은 마치 성직처럼 해내었다. 삶 자체를 사랑했고 소홀함이 없었다. 그녀가 떠나던 날 관 위에 손을 얹고 두 아들이 말했다. 엄마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엄마가 삶으로 보여주신 그대로 따라 하겠습니다. '나의 피투성이 연인'에는 반복하여 이런 문장이 나온다. "아아, 인생을 일천번이라도 살아보고 싶다. 이처럼 세상이 아름다우니까."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은 삶을 껴안고 보듬으며 아름답고 단아하고 우아하고 품위있게 끌어나가는 힘이 그녀에게는 있었다. 그리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변함이 없었다."
작가의 다른 유고작인 장편소설 '당신의 아주 먼 섬'(문학동네)은 김병종 화백이 작가의 집필실에서 발굴한 작품이다.
작가는 줄곧 방배동의 한 반지하 원룸을 집필실로 삶고 그곳에서 전투를 치르듯 치열하게 글을 썼다고 하는데, 김 화백은 이곳을 정리하러 갔다가 책더미 속 상자에서 이 장편소설의 원고를 발견했다고 한다.
남도의 어느 작은 섬에 얽힌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이 소설은 섬을 떠났으나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드라마를 세심하고 따뜻하게 그려낸다. 이 소설에서는 정미경 작가만이 쓸 수 있는 이런 아름다운 문장들을 만날 수 있다.
"늘 여기, 네가 같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시간엔 또 그래. 저기, 섬과 섬 사이, 유난히 빛나는 한 점, 거기 어디쯤 네가 있는 듯하다." (105쪽)
"어떤 시간은, 그것이 제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될 것임을 예견하게 한다. 어떤 하루는, 떠올리면 언제라도 눈물이 날 것이라는 걸 미리 알게 한다." (194쪽)
min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