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 교수 쓴 '대통령기록관' 현판 교체과정 논란
1개 민간단체 민원 수용해 이례적 교체안건 상정…"완전히 전향한 것 같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지난 정부에서 진보 진영의 석학 고(故) 신영복(1941∼2016) 성공회대 교수의 사상을 문제 삼아 그가 쓴 대통령기록관 현판을 교체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판 교체 과정에서 대통령기록관리전문위원회 일부 위원들이 신 교수를 겨냥해 인신공격한 사실도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15일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기록관리혁신 TF'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는 2014년 10월 신 교수가 쓴 대통령기록관 현판을 떼어냈다.
이 현판은 2008년 기록관이 처음 문을 연 때부터 사용되던 것인데, 2013년 10월 한 민간단체가 이를 문제 삼는 민원을 제기하자 이듬해인 2014년 12월 현판을 교체한 것이다.
TF는 "그 과정을 조사한 결과 1개 민간단체의 민원 제기였음에도 대통령기록관리전문위원회가 전례 없이 이를 안건으로 상정했다"며 "두 차례에 걸친 논의 과정 중 일부 위원이 신 교수에 대한 인신공격성 발언으로 현판 교체를 주장했다"며 위원회가 중립성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당시의 정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신 교수를 향한 일부 위원의 발언 수위는 상식 수준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한 위원은 "대한민국 전복운동을 했다는 게 확실한 분의 글씨가 상징으로 쓰인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인데 벌어졌다"며 "이 글씨를 가지고 우리가 자꾸 집착할 경우에 사실 이것은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확실히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위원은 "(신 교수가) 전향서를 쓰긴 썼지만 최근 들어 몇 번 인터뷰에서 전향서를 쓴 내용에 대해 부정하고 나섰다"며 "거기에 대해서는 전향서 쓴 게 면죄부가 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른 위원도 "(신 교수가) 완전히 전향하신 것 같지도 않고 그런 문제가 있는데, 이게 대통령기록관의 글씨가 됐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거들었다.
이 같은 논의가 두 차례에 걸쳐 이뤄지는 와중에 국가기록원은 안전행정부가 행정자치부로 명칭을 변경한 것과 맞물려 2014년 12월 대통령기록관의 현판을 지금의 것으로 교체했다.
TF는 이를 가리켜 "부서 명칭 변경에 따라 실무적 판단으로 국가기록원 CI (변경에) 맞춰 현판을 교체했다"며 "이는 대통령기록관리전문위원회의 논의 과정을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TF는 공공기록관리 분야 혁신 방안으로 ▲ 기록처분동결제도 도입 ▲ 기록정보 부존재 공익침해 심사제도 도입 ▲ 지방기록물관리기관 정상화 ▲ 공공기관 기록관리 기반 강화 ▲ 디지털 민주주의 환경에 맞도록 기록정보의 적극적인 공개와 서비스 제도 개선 ▲ 국가기록관리위원회 기능 확대·국가기록원과 대통령기록관의 독립성·전문성을 보장하는 조직·인력제도 혁신 등 6가지를 제안했다.
또 대통령기록관리 혁신 방안으로 ▲ 대통령지정기록물제도 개선 ▲ 디지털 아카이브 개념의 새로운 대통령기록관 체계 구축 ▲ 대통령기록물 유출·파기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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