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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 "흥 넘치는 아프리카 아이들 통해 음악의 본질 깨달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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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 "흥 넘치는 아프리카 아이들 통해 음악의 본질 깨달았죠"
'평창문화올림픽-아트드림캠프' 참여…말라위 학생들과 음악 작업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뮤지션 하림(본명 최현우·42)은 음악계가 산업이란 카테고리로 묶인 환경에서 딜레마가 있었다. 상업화에 너그러워진 시장에서 틀에 박힌 방식으로 '같은 것'을 만들어내고, 음악이 본성의 개념이란 본질을 망각한 채 시장의 위치에 매달려 힘겨워하는 이들을 지켜보면서다.
그는 자신의 오랜 갈등을 머나먼 아프리카 땅을 밟고서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다. 아프리카에서 만난 아이들이 자유로운 에너지를 분출하며 삶 속에서 음악을 놀이처럼 즐기는 모습은 갈등과 정면으로 마주하고 해결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는 계기가 됐다.
소리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유목민처럼 떠도는 DNA가 있는 덕에 그는 2008년부터 나미비아, 짐바브웨, 케냐, 말라위 등 아프리카의 여러 땅을 밟았다. 아프리카에서 영감을 얻은 음악을 '아프리카 오버랜드', 음악 인형극 '해지는 아프리카' 등의 공연으로 올리고 그 수익금으로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기타를 보내는 프로젝트 '기타 포 아프리카'를 10년간 진행했다.
지난 12일 오후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만난 하림은 이날도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온 아이들과 함께였다.
그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진행한 '2018 평창문화올림픽-아트 드림 캠프'에 참여해 지난해 11월 말라위를 두 번째 방문했다. '아트 드림 캠프'는 눈이 오지 않아 동계 스포츠를 잘 알지 못하는 4개국(말라위, 베트남, 인도네시아, 콜롬비아)의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추진된 문화 예술 교육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4개국 학생들은 지난 6일 한국을 방문해 평창에서 눈썰매를 타는 등 한국의 겨울을 체험하고 이날 '평화의 눈꽃, 나리다'란 타이틀로 결과물을 발표하는 공연을 펼쳤다. 하림은 그중 말라위 카롱가 지역을 방문해 루수빌로 뮤직 센터 학생들을 대상으로 음악 수업을 진행했다.
하림은 "2016년에 이어 두 번째로 학생들을 만났는데 애들이 키가 훌쩍 컸고, 기량도 늘었더라"며 "'우리를 많이 기다렸구나'란 걸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방문에서 하림은 학생들이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한 노래 '흥'과 '하모니'를 작사·작곡하도록 이끌었다. 열정을 테마로 음악을 만든 학생들은 밴드를 구성해 아프리카 특유의 리듬을 들려주며 흥이 넘치는 퍼포먼스를 선사했다.
"수업은 개입을 최소화하고 자율성을 높여주는 쪽으로 진행했어요. 학생들이 에너지가 넘쳐 저는 주제가 벗어날 때마다 정돈해주는 역할만 했죠. 작년에는 멜로디를 만들어갔다면, 이번에는 우리가 갖고 있지 않은 학생들만의 자유분방함을 살리고 싶었어요. 2주 만에 완성도 높은 창작곡 2곡이 만들어졌죠."
한국의 흥을 말라위 특유의 열정적인 리듬으로 해석한 '흥'은 아프리카의 전통 리듬이 뚜렷한 아프로 팝이다. '하모니'에는 '너의 목소리/ 나의 목소리/ 흔들리지 않는 세상을 만드네/ 더 나은 내 모습을 꺼내어/ 우리의 영혼이 기뻐하네'란 내용의 노랫말이 담겼다. 가사는 주로 말라위어와 영어로 만들어졌다.
하림에게 이 프로젝트는 어느덧 마음 깊이 자리 잡았다. 이곳에는 음악의 본성, 음악이 가진 사회적인 기능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의 경우 판소리가 팝에 섞이면 이상하다고 느낀다. 전통과 현대 음악의 결합을 누구도 막은 적이 없는데, 그게 막혔다는 것은 음악 업계 흐름의 부자연스러운 점이 있었다는 것"이라며 "아프리카 사람들도 외국의 지배를 받았고 팝의 달콤함도 알 텐데, 아프로 팝에 전통 음악의 리듬과 창법이 녹아있다는 것은 삶 속에서 음악을 놀이로 즐기고 그것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라위의 전통 리듬이 허투루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아프리카 학생들과 음악을 나누고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되레 터득하게 된 깨달음도 있다.
"대학원에서 월드뮤직을 강의하는데, 전 학생들에게 '여러분이 하는 음악 구성이 답이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강조해요. 음악을 구현하는 방식은 다양하니까요. 우리도 '돈만 벌면 된다'는 시장 논리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표현한다면 대중이 한층 다양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건강한 토양이 만들어질 것 같아요. 말라위 아이들의 음악 하는 즐거움을 시장 논리로는 얘기할 수 없으니까요."
그는 '출국'(2001),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2004) 등의 히트곡이 있는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하지만 이제 음악계에서 아프리카의 여러 악기를 가장 자유롭게 다루는 연주자, 월드뮤직을 다양한 형태의 공연으로 올리는 뮤지션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음악이 뭐길래 나는 하고 싶어 하고 쟤는 듣고 싶어 할까', '왜 음악을 들으면 기분이 좋지' 그런 것에 관심을 두다 보니 가수 활동보다는 음악을 세상의 언어로 다시 풀어보는 기획을 많이 하게 됐다"며 "호기심에 하는 것이지만, 사실 음악을 나누면서 음악이 주는 사회적인 효과가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집착이다. 돈이 되든 안 되든 앞으로도 재미있는 것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mim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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