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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반정부시위 이면엔 수백만명 등친 '투자사기'"
고수익 내걸고 우후죽순 설립된 부실금융업체들
보수정권 규제완화 산물이나 로하니 대통령 공격에 악용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이란에서 발생한 반정부시위의 이면에는 이란의 고질적 문제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금융업체들의 '투자 사기극'이 있다고 11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고수익을 약속하며 투자금을 끌어모은 뒤 망해버린 이들 업체에 격분한 서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시위가 더 격렬해졌다는 것이다.
이들 금융회사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전임자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정부가 2000년대 중반 신용조합 소유권의 민영·반민영화를 허용하면서 급성장했다.
노동자·중산층은 40%에 달하는 살인적 인플레이션으로 구매력이 감소하자 자연스럽게 높은 이자율을 약속하는 업자들에게 몰려들었다.
그러나 이들 업체는 약속한 돈을 나눠줄 만큼 수익을 내는 데 실패했고 결국 대다수 투자자는 손실을 감내해야 했다.
이란 전문가와 경제학자들을 이러한 기관들은 결국 붕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업자 대다수가 금융 전문가가 아닌 종교기관, 사법부, 혁명수비대와 연루된 이들이었을 뿐만 아니라 자본금도 충분한 수익을 내지 못하는 부동산 같은 곳에 투자돼 있었다.
부동산 가격이 2013년 하락하면서 손실은 누적됐고, 부실경영과 부패까지 겹치면서 수신업체들은 결국 현금이 바닥나 투자금을 못 돌려주게 됐다.
이란 사법부와 연계된 '미잔 신용·재정기관'이 대표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였다.
이 업체 2015년 부패 혐의로 수사를 받고 파산을 선언한 건축업체 '파디드 산디즈'에 큰돈을 투자했다.
신용회사인 '페레스테간'은 4년 전에 파산하고 다른 부실업체들과 합병해 '카스피안 신용 기구'로 거듭났다.
이란 중앙은행 관계자는 이 회사의 투자자가 45만명 정도이고 자산 규모는 5억 달러(약 5천300억원) 정도라고 밝혔다.
이란 중앙은행은 돈을 떼인 이들이 여러 회로 나눠 점차 변상을 받을 것이고, 소액 투자자들이 미리 구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란에 서민을 등친 이런 부실 금융업체들이 7천개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했다.
이란 정부 당국은 지난해까지 이들이 전체 현금 흐름의 약 25%를 쥐고 통제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로하니 대통령은 작년 8월 중앙은행이 이들에 더 엄격한 잣대를 부여하고 이자율을 제한하도록 조처했다.
IMF는 최근 몇 년 동안 합병, 자산 이전 등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다룬 이란 당국의 노력을 높이 샀지만, 사람들의 분노는 로하니 대통령에게로 향했고 강경파 야권 정치인들의 이해관계와도 잘 맞아떨어졌다.
강경파 야권 인사들은 금융업체들이 사기를 치고 달아나도록 로하니 대통령이 방치했다며 이 사태를 그의 경제정책을 비난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강경 야권 인사들이 이번 시위의 폭발성을 섣불리 이용하려고 했다나 나중에 자신들이 쏜 화살을 맞을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부실·부패 업체들이 난무하도록 중앙은행의 규제를 완화한 게 보수 강경파인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WSJ은 민영화 전에는 금융기업 대다수가 공무원 퇴직기금을 맡아 관리하는 기능을 했고, 은행과 정부기구를 불신한 대중들은 주로 달러나 금에 투자하곤 했다고 과거 실태를 설명했다.
gogog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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