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대화 운 뗀 美…'비핵화 의제화' 난관 예상
'비핵화 의제화 강조' 美·'핵보유국 인정 요구' 北 사이 간극 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남북 고위급 회담 이후 북미대화의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어 주목된다.
한미 양국 정상은 10일 밤 통화에서 현재 진행 중인 남북대화가 북미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적절한 시점과 상황'이라는 조건으로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점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지난 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적절한 시점에 우리도 (북한에 대해) 관여하게 될 것"이라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통화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힌데 이어 재차 북미대화 의향을 피력한 것이었다.
'최대 압박과 관여'라는 대북정책 중 '최대 압박'쪽에 무게를 두며 고강도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를 주도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관여'에 대해 본격적으로 말하기 시작한 것은 의미 있는 대목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정부 관계자는 11일 "미국의 지도자가 저 정도의 언급을 한 이상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도 의식을 하지 않겠는가"라며 북미대화에 북한도 호응하고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평창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북한의 추가 도발이 없다면 3∼4월께 북미 당국간 대화가 시작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핵문제에 대한 양측간 입장 차이로 미뤄 북미대화가 성사되기까지는 치열한 샅바 싸움이 예상된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결단이 없는 상황에서의 협상에 대해 여전히 신중하고,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요구하며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청산 없이는 비핵화 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지난달 '조건없는 첫 북미대화'를 거론하며 비핵화 의제가 아니더라도 일단 만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지만 진정한 의미의 주고받기식 대북 협상은 비핵화를 의제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다. 반면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 인정에 입각한 핵군축 협상'의 판을 만들려 할 것이라는 게 다수의 관측이다.
국립외교원 신범철 교수는 "한미 간에는 북미대화에 대해 공감이 형성된 것 같은데 문제는 북한의 태도"라며 "북한이 제재에 따른 어려움을 느끼고는 있으나 아직 외화 고갈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어서 자신들의 조건을 미국에 간접 타진하며 당분간 고자세를 유지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신 교수는 "우리 정부로서는 평창동계올림픽 계기 북미간 고위급 접촉을 주선하면서 다음 단계 북미대화를 유도해야 한다"며 "남북대화시 북한은 개성공단 재개 등을 거론할 수 있는데 그럴 때 '남북 경협에서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부분이 현재로선 제한적인 만큼 미국과 함께 풀어 나가야 한다'는 식의 논리를 들며 북미대화로 잘 엮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jh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