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신상 프로필·촌철살인 트윗글"…외곽팀에 깨알지침
검찰, 유성옥 전 심리전단장 재판서 사이버외곽팀 지침 문건 공개
국정원 직원 "원세훈, 주말에 '아고라' 본 뒤 '뭐하는 거냐' 질책"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재직 시절 트위터상의 여론 조성·조작에 나선 사이버 외곽팀 활동을 위해 '프로필에 신상정보를 게시해 신뢰감을 조성하고, 촌철살인 멘트를 게시하라'는 지침이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유성옥 전 심리전단장의 재판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국정원 내부 문건을 공개했다.
이 같은 지침은 국정원 심리전단과 연계해 사이버 활동을 전개한 민간 외곽팀에 전달된 트위터 글 작성 요령이다.
국정원은 트위터 프로필에 신상정보를 올리는 것 외에도 "촌철살인 멘트, 독창적인 의견을 게시해서 리트윗을 유도해야 한다"는 지침도 담겼다.
트위터 외곽팀은 주로 젊은 사람들 위주로 모집했으며, 이들의 활동비는 팔로워 수에 따라 차등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원 전 원장이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 게시판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국정원 직원의 진술도 공개됐다.
외곽팀을 관리한 황모(구속기소)씨는 검찰에서 "원 전 원장이 주중도 아니고 주말에 컴퓨터로 아고라를 보다가 유성옥 단장에게 전화해 '달라진 게 뭐냐. 대응 잘하고 있는 거냐'고 질책했다"고 진술했다.
황씨는 "그 뒤 비상연락망으로 '다음 아고라 상황이 안 좋으니 대응 활동을 해라'는 지시가 내려와서 급하게 심리전단 직원들이 (심리전) 활동을 했다"고도 진술했다.
'한 시간 이내에 사이버 활동 투입' 같은 지시가 떨어지면 30명가량의 심리전단 직원 전원이 휴일에도 근무했다는 게 황씨의 진술이다.
황씨는 "원장이 '양적 측면'을 중요하게 생각해 사이버 조직뿐 아니라 외곽팀을 확대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며 "외곽팀에 대한 보안 문제가 있어서 직원들도 힘들어했다"고도 진술했다.
원 전 원장이 2009년 2월 취임한 뒤 심리전단에서 주요 업무보고를 할 때 심리전단의 첫 번째 국내 임무로 '좌파 무력화'를 꼽은 사실도 검찰이 법정에서 공개한 국정원 문건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르면 당시 심리전단은 '친북 좌파 무력화, 전교조 해악성 폭로·고사 유도, 건전 보수단체 측면지원, 차세대 보수 세력 육성을 통해 대통령의 국정운영 뒷받침' 등을 국내 심리전 활동의 가장 중요한 임무로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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