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부' 정우 "김주혁 선배에게서 도전할 용기 얻었다"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주혁이 형, 많이 보고 싶습니다."
정우는 9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영화 '흥부: 글로 세상을 바꾼 자' 제작보고회에서 "많이 보고 싶다"고만 반복하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정우는 이 영화에서 김주혁과 연기 호흡을 가장 많이 맞춘 배우다.
상투를 틀고 턱수염을 기른 김주혁의 촬영 당시 모습이 스크린에 비치자 장내가 더욱 숙연해졌다. 김주혁은 지난해 10월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기 전 촬영을 마치고 이 영화를 유작으로 남겼다.
사극에 처음 도전한 정우는 "주혁 선배가 함께한다는 얘기를 듣고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현장에서도 너무 배려심 있게 저를 많아 안아주셨고 한발 떨어져서 지켜봐 주셨어요. 항상 묵묵히 응원해주시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영화 마지막에 선배님이 하는 내레이션이 있어요. 그 메시지와 선배님 목소리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조근현 감독은 "한 번쯤 꼭 함께 해보고 싶은 배우였는데 어느 날 기적처럼 제 앞에 있더라"며 김주혁을 캐스팅할 당시를 떠올렸다.
"솔직하게 마음을 전했죠. 주혁 씨는 그날 결심하지 못한 것 같았어요.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여덟 시쯤 혼자 영화사에 왔어요. 얼굴이 벌그스름한 게, 밤을 꼬박 새웠다고 하더라고요. 이때다 싶어서 같이 하자고 했더니 '네' 하고 홀연히 사라졌어요. 캐릭터에 대해 굉장히 집요하게 파고들었어요. 다들 욕심을 많이 내서 행복한 고통이었죠."
영화 '흥부'는 지은이와 창작 시기가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고전소설 '흥부전'의 탄생과정을 창의적으로 재해석한다. 지은이가 바로 소설의 주인공 흥부라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팩션 사극이다.
권력다툼으로 백성들의 삶은 폐해져 가던 조선 헌종 때, 천재작가 흥부(정우 분)가 어릴 적 헤어진 형 놀부를 찾으려고 글로써 자신의 이름을 알린다는 게 영화가 설정한 흥부전의 탄생 비화다.
김주혁이 부모 잃은 아이들을 돌보며 존경받는 조혁을 연기했다. 그의 형 조항리(정진영)는 권세에 눈이 먼 야심가다. 흥부가 전혀 다른 두 형제의 이야기를 담아 쓴 흥부전이 조선을 뒤흔든다. 조항리는 이를 이용해 조선을 집어삼킬 계획을 세운다.
악역을 맡은 정진영은 영화의 메시지가 오늘날의 시대적 분위기와도 어긋나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그는 "지금은 많이 다른 세상이 됐지만, 최근에 겪은 여러 가지 사회적 흐름과도 겹쳐질 것"이라며 "조항리 같은 사람들은 대부분 지금 감옥에 가 있다. 몇 분이 계속 생각나서 캐릭터 안에 넣어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정해인은 세도정치로 힘 빠진 임금 헌종 역을 맡았다. 진구가 민란군 수장 놀부역, 천우희는 흥부의 집필을 돕는 제자 선출 역으로 관객을 만난다. 영화는 다음 달 설 연휴에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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