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편법행위 점검으론 최저임금 부작용 풀기 어렵다
(서울=연합뉴스)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이 만만찮다. 연초부터 16.4% 오른 시간당 7천530원의 최저임금이 적용되면서 경비원이나 아르바이트 인력 감축, 서민물가 상승 등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 인상된 최저임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영세 사업주의 편법·부당행위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려했던 '최저임금의 역풍'이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고용현장의 부당행위 점검과 물가 관리에 나섰다. 그러나 소기의 성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포털 '알바천국'이 지난달 전국 회원 1천458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2%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구직난이나 해고 등을 걱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시내 일부 대학에서는 비용절감을 이유로 청소원을 3시간짜리 초단기 파트타임 노동자로 대체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한다. 편의점은 인력감축이나 근무시간 단축에 나섰고, 셀프주유기를 설치하는 주유소도 급증하고 있다. 알바생에게 괜찮은 일자리였던 패스트푸드 업체도 무인계산대(키오스크) 설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맞물려 자장면, 햄버거, 분식 등 외식물가도 줄줄이 오르는 추세다. 일본계 햄버거 체인 모스버거는 지난 2일부터 5개 제품 가격을 평균 6.1% 올렸다. KFC는 이미 지난달 24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5.9% 올렸고, 서민음식 체인인 놀부부대찌게와 신선설농탕도 주요 메뉴 가격을 5.3% 내지 14% 인상했다. 외식물가뿐만 아니라 가구, 생활용품 등 각종 소비재 가격도 들썩인다고 한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은 "외식물가 등을 중심으로 체감물가에 영향을 줄 가능성에 대비해 가격 편승인상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어려움에 직면한 영세 사업장의 편법 고용행위도 확인된다. 정부가 일자리 안정기금을 30인 미만 업체에만 준다고 하니 일부러 회사를 쪼개는 경우가 있고, 최저임금 인상분만큼 빼고 상여금을 주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매월 정기적으로 주는 상여금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이자 일부에서는 기존 상여금을 쪼개 매월 지급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고용노동부는 슈퍼마켓, 편의점, 주유소, 음식점, 아파트·건물관리업 등 5개 업종, 5천 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3월 말까지 최저임금 준수 여부를 점검하기로 했다.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정부의 의지는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개별가격을 모니터하고, 영세 사업장의 편법·부당행위를 점검한다고 해결될 일은 아닌 것 같다. 서민들이 많이 찾는 자장면·분식집만 해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감당하기 어려운 업주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수요 견인형 물가상승은 관리할 수 있지만, 비용상승형 물가상승은 대응하기 어렵다. 정부는 영세 고용주들의 비용상승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3조 원 가까운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 돈을 받으려면 고용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전체 비정규직의 고용보험률이 44%에 불과하니 웬만한 영세 사업장은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못할 게 뻔하다. 일자리 안정기금은 꿈도 못 꾼다는 뜻이다. 정부는 영세 사업장에 압박감을 주기 쉬운 편법행위 등 점검에 너무 매달리지 말고, 현실적으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최저임금 산입범위는 서둘러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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