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례행사된 고병원성 AI…철새에 또 방역망 뚫려
포천 산란계 농가, 500m 거리에 철새도래지
정부, 철새도래지 인근 신규사육 금지·이전 추진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정부의 총력전에도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강원도와 인접한 경기도 포천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터지면서 방역에 빨간불이 켜졌다.
당국은 겨울을 나기 위해 한반도를 찾아오는 철새가 AI를 퍼뜨리는 주범이라고 보고, 근본 대책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4일 고병원성 H5N6형 AI 확진 판정을 받은 포천 영북면 산란계(알 낳는 닭) 농장은 불과 500m 떨어진 곳에 철새도래지 중 한 곳인 강포저수지가 있다.
산정호수와 강원도 철원 용화저수지 등도 이 농장과 멀지 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농식품부는 지리적으로 포천 농가가 여러 철새도래지와 가깝고, 농가의 축사시설 등에서는 특별한 방역부실 문제가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을 바탕으로 겨울 철새에 의해 직·간접적으로 AI 바이러스가 유입된 것으로 조심스럽게 추정하고 있다.
산란계 농장 특성상 축사시설 지붕 등에는 문제가 없더라도 종사자나 계란 수집 차량, 쥐 등 야생 조수류에 의해 야외에 있던 바이러스가 농가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작년 11월 19일 올겨울 첫 고병원성 AI 확진 판정을 받은 전북 고창 육용 오리 농가 역시 철새도래지 인근에 있었고, 축사 지붕에 야생조류의 분변이 다수 발견되기도 했다.
실제 겨울만 되면 철새 무리가 따뜻한 한반도로 남하하면서 AI도 사실상 연례행사로 굳어졌다.
2003년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AI는 격년 단위로 발생하다가 2014년부터는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발생하는 실정이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철새를 AI 유입원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철새 분변에서 AI가 자주 검출되고 상대적으로 철새 이동량이 많은 서해안 지역에서 주로 시작하므로 철새가 AI 확산의 주범일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다행히 올겨울은 평창 올림픽에 대비해 정부가 철새 예찰을 강화하고 고병원성 확진 전 이동중지 및 살처분 등 강력한 초동 대응에 나서면서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방역망이 번번이 철새에 의해 뚫리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근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농식품부는 철새도래지로부터 3km 이내에 신규 가금 사육업의 허가·등록을 제한하는 내용의 축산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종계·종오리 보호를 위해 종계·종오리장 간 이격거리 신설 등도 추진한다.
철새도래지 인근을 포함해 AI 지속 발생 밀집지역 농장(15개소)에 대해서는 농가 이전 및 시설현대화 사업을 시행할 방침이다. 당국은 우선 올해 2개소에 대해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추후 확대를 검토할 예정이다.
다만 철새에 의한 AI 바이러스 확산을 100% 방어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농가 단위의 철저한 방역도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방역당국은 강조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철새가 일단 바이러스를 가지고 국내로 들어오면 바닥에 전부 오염원이 깔렸다고 보면 된다"며 "외부에 있는 바이러스가 농장으로 유입되지 않게 하려면 축사시설 소독을 철저히 하고 외부 사람이나 차량 출입을 차단하는 등 농가 단위의 철저한 방역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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