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천900회 트윗, 인권 언급은 이란 겨냥한 4회뿐
'인권불모지' 지탄받는 중국·사우디·필리핀·이집트엔 침묵
WP "적 공격할 때만 인권침해 고려…선택적 접근은 오히려 해롭다"
(서울=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출된 후 거의 2천900차례 트위터에 글을 올리면서 불과 4차례만 인권 문제를 거론했으며 그것도 모두 이란만 겨냥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이런 선택적 접근은 지구촌 전체를 아우르는 인권개선에 도움이 안 된다는 분석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이란에서 반정부시위가 발생하자 트위터에서 "이란이 소셜 미디어를 차단해 시위를 잠재우려 하고 활동가들을 가두고 있으며 국민의 자유를 억압한다"고 비난했다.
신문은 이 같은 일이 이란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고 다른 권위주의적 지도자와 국가가 비슷한 행태를 보이는 데도 다수는 트럼프의 칭찬만 받았다고 꼬집었다.
트럼프는 최근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가 심각한 우려를 제기하는 중국을 방문했을 때 시진핑 주석을 "매우 특별한 사람"이라고 부르며 친밀감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마약과의 전쟁'에서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다는 지적을 받는 필리핀을 방문했을 때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과 "아주 좋은 관계"고 말한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트럼프는 이에 앞선 아시아 방문에서 미얀마군에 의한 로힝야족 인종청소를 언급하지 않고, 지난해 5월 중동의 왕들과 '스트롱맨'들이 참석한 사우디아라비아 연설에서는 "강연하러 온 게 아니다"라고 인권침해 문제를 외면했다.
지난해 4월에는 쿠데타로 집권한 후 반대파를 대거 투옥한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많은 것에 공감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한국 국회에서 한 연설에서 "북한은 누구도 가서는 안 되는 지옥"이라면서 인권침해 사례를 나열했고, 취임 초 베네수엘라 반체제 인사 석방을 요구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적을 공격할 때만 인권침해를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WP는 지적했다.
그간 미국 행정부가 세계 인권의 파수꾼을 자처해온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이 다른 국가들에 좋지 않은 신호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유엔 디스패치'의 마크 레온 골드버그는 표적을 골라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세계 전체의 인권신장 운동을 저해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인권 우려를 선택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아는 것을 모른 척 솔직하지 않은 자세를 취한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사람들은 이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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