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가볍게 멋부린 '그것만이 내 세상'
[정주원의 무비부비]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리뷰
(서울=연합뉴스) 정주원 기자 = "돈 달랄까 봐 쫄아가지고."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은 가족애가 일으킨 기적을 전하는 힐링 코미디다. '역린'의 각본가인 최성현 감독의 장편 연출데뷔작이다.
집도 절도 없는 전직 복서 '조하'(이병헌)는 우연히 가출한 생모 '인숙'과 마주한다. 인숙이 남편의 주폭을 견디지 못하고 떠난 지 17년 만이다. 조하는 엄마에 대한 원망이 남았지만, 이민 자금을 모으기 위해 못 이긴 척 인숙의 집에서 숙식하기로 한다.
집에 들어서니 존재조차 몰랐던 이부동생 '진태'(박정민)가 떡 하니 앉아있다. 서번트증후군인 진태는 의사소통이 어눌하지만, 음악에 천재적인 재능이 있다. 조하는 남들과 다른 동생이 싫음에도 종잣돈을 모을 때까지만 형 노릇을 하기로 한다. 그렇게 세 식구는 결코 만만치 않은 동거생활을 시작한다.
'그것만이 내 세상'은 이병헌의 코미디 복귀작으로 일찍부터 화제가 된 작품이다. 뚜껑을 열어보니 그의 말대로 공식에 충실하다.
뻔뻔한 형과 자폐증 동생이 그려진 포스터에서 영화 '형'이 연상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2017년 가을에 개봉한 영화 '채비'의 오락영화 버전에 TV 연속극 '밀회'를 포개놓은 듯한 전개다.
이 작품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극의 톤이다. 비운의 가족사와 장애를 다룬 영화임에도 가볍다. 고통의 순간은 짧게 스케치 정도만 해준 뒤 바로 다음 장면으로 넘어간다. 무거운 분위기의 모자 상봉은 캐주얼한 기타 선율로 중화시켰다.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클라이맥스에 무게가 실리지 않는다. 반면, '우울한 영화'에 거부감이 심한 관객이라면 가볍게 즐기기 좋다.
기적을 일구는 영화치고 영감을 주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 조하와 진태 형제를 약자라고 보기 어려운 점이 크게 작용했다. 조하는 WBC 웰터급 동양 챔피언이고, 진태는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가 반할 정도의 천재다. '불가능은 사실이 아니라 하나의 의견일 뿐'이라는 무하마드 알리의 인용구가 공허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처음부터 불가능은 없었다.
예측 가능한 감동의 순간보다는 이병헌ㆍ박정민의 브라더 케미와 클래식 OST의 몰입력이 더 강하다. 관람 후 차이콥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 1악장을 찾아 듣는 관객이 많을 듯하다.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의 더욱 자세한 리뷰는 '통통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jw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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