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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날아다니는 철새 어떻게 막나"…AI 피해 포천 농가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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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날아다니는 철새 어떻게 막나"…AI 피해 포천 농가 '한숨'
재입식 5개월 만에 다시 발병…인근 농가도 예방적 살처분

(포천=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 양계장 가는 길을 차단한 방역 초소와 방호복을 입은 통제 인원들, 마을 주민의 침통한 표정. 4일 찾은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의 한 산란계 농가 풍경은 1년여 전 겨울과 똑같았다.
해당 농가에서는 지난 3일 조류인플루엔자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정밀조사 결과 이번 겨울 호남지역 농가에서 발병한 H5N6형 바이러스로 확인됐다.
불과 1년여 전인 2016년 11월 포천에서 최초로 AI가 발병한 곳도 이 농가다. 이곳을 시작으로 살처분이 진행돼 당시 영북면 일대에서는 닭이 한 마리도 살아남지 못했다.
겨울이 오자 똑같은 모습으로 찾아온 재앙에 주변 양계농가와 지역 주민들은 침통을 넘어 자포자기한 듯한 모습이었다.
방역 당국은 양계장 입구는 물론 골목마다 초소를 설치하고 오가는 차량에 소독 작업을 실시했다. 관계자들은 "타미플루를 복용하고 방역복을 입지 않으면 농장 근처로도 접근할 수 없다"며 오가는 차량을 통제했다.


농가 앞마당에는 살처분된 닭들이 가득 쌓여 매몰을 기다리고 있었다. 약 20만마리의 죽은 닭들은 그 자체로 무덤을 연상케 했다.
해당 농가주는 지난해 AI 사태를 겪은 후 주위에서 '과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방역에 몰두해왔지만 또 찾아온 재앙을 피할 수는 없었다.
이 농가주의 지인 A(49)씨는 "(농가주는) 틈만 나면 방역 작업을 하고 오가는 차와 사람도 철저히 통제하며 항상 전염병이 돌까 전전긍긍했었다"라며 "그렇게 노력했는데 이런 일이 또 닥쳐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이 농가는 지난 AI 사태 때 23만마리의 닭을 살처분하고, 지난해 8월 19만 7천마리를 재입식했다. 어렵게 다시 양계업을 시작한 지 5개월 만에 또 AI가 발병한 것이다.
인근에서 양계농가를 경영하는 이들도 살처분을 기다리며 한숨을 쉬었다. 방역 당국은 발병 농장 3㎞ 이내 양계농장 닭을 예방적 살처분할 예정이다.
발병농가에서 약 1㎞ 떨어진 한 양계농가주 B씨는 "아무리 농가에서 방역 작업을 열심히 해도 철새들이 오가며 분비물을 떨어트리면 막을 방법이 없다"라며 "오는 철새를 막을 수도 없고, 아무런 대책 없이 매년 겨울 피해를 보면서 이제는 자포자기 상태"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농가주는 "지난 겨울 AI 사태 이후 살처분한 닭에 대한 보상도 제대로 못 받고 결국 평생을 종사하던 양계업을 그만뒀다"라며 "매년 이런 식이니 더는 양계업을 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발병농가 인근에는 큰 저수지가 있다. 마을 주민들은 "겨울만 되면 수확을 마친 논과 인근 저수지에 기러기와 오리들이 몰려들어 양계농가 사람들이 항상 걱정했다"고 전했다.
방역 당국은 포천 발병농가와 기존 호남지역 발병 농가와의 역학관계가 없어 철새에 의한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도는 이날 H5형 AI 항원이 검출된 해당 농가의 시료를 농림축산식품부 검역본부에 보내 정밀조사해 이번 겨울 정읍·고창·나주·영암·고흥 등 9개 농장에서 발생한 H5N6형 바이러스로 확인했다.


고병원성 여부에 대한 정밀검사 결과는 오는 6∼7일께 나올 예정이다.
도는 이에 따라 반경 500m 이내 2개 농가 31만2천500마리는 이날 중으로, 3㎞ 이내 11개 농가 27만1천500마리는 5일까지 예방적 차원에서 살처분을 완료할 방침이다.
jhch79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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