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등 셔틀버스 기사 처우 열악…"한달 수입 100만원대 그쳐"
서울시·민주노총 실태 조사…"셔틀버스 노동자 지원센터 설립해야"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서울 시내 셔틀버스 기사들이 한 달에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이 100만원대에 그치는 등 처우가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서울시와 민주노총 서울본부 서울셔틀버스노동조합이 지난해 11∼12월 셔틀버스 운전 노동자 30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8.2%가 월 평균 고정 수입이 150만∼200만원이라고 답했다.
200만∼250만원이 20.5%로 두 번째로 많았고, 100만∼150만원 17.8%, 250만∼300만원 9.6%, 300만∼350만원·350만원 이상이 각각 1.7%, 100만원 미만이 0.7%로 집계됐다.
셔틀버스 기사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66.7%는 월 200만원 이하의 고정 수입을 올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셔틀버스 기사들은 매월 차량 유지를 위해 수십만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차량 유지를 위한 월평균 지출액을 묻는 말에는 절반이 넘는 55.1%가 50만∼100만원을 쓴다고 답했다. 23%는 50만원 미만을 지출한다고 응답했다.
이런 답변이 사실이라면 대부분 셔틀버스 기사의 순 수입은 100만원대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셔틀버스 기사는 절대다수인 94.2%가 남성으로 나타났고, 여성은 5.8%에 그쳤다.
연령별로는 56∼60세가 25.5%로 가장 많았고, 61∼65세가 24.8%로 두 번째로 많았다. 이어 66∼70세 23.1%, 51∼55세 11.5%, 46∼50세 4.5%, 71∼75세 4.2%로 각각 나타났다.
특히, 61세 이상 셔틀버스 기사 비율은 전체의 53.8%에 달할 정도로 높다.
셔틀버스 운전 경력은 10∼15년이 34.6%로 가장 많았다. 하루 평균 근무 시간은 8∼12시간이 43.2%, 하루 평균 운행 시간은 4∼8시간이 45.2%로 각각 수위를 차지했다.
또 응답자들은 수입, 일의 안정성, 근무 시간, 일의 보람, 직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 등 조사 대상 전 부문에 걸쳐 직무 만족도가 '매우 불만족' 혹은 '불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만족', '매우 만족'이라고 답한 이는 모든 부문에서 40%를 밑돌았다.
셔틀버스 기사들은 ▲ 실효성 있는 법 제도 정비(27.8%) ▲ 쉽게 일을 구할 수 있는 시스템(26.8%) ▲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상설 조직(25.1%) 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셔틀버스 기사를 돕는 '셔틀버스 지원센터'를 만든다면 '지금 당장' 설치해달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이번 조사 결과는 지난달 27일 열린 '서울시 셔틀버스 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한 실태조사 발표 및 미래 세대 통학 안전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발표됐다.
실태조사를 발표한 남승균 인천대 인천학연구원 상임연구원은 "셔틀버스 기사의 노동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보호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만들기 위한 단체, 즉 노동조합과 이들이 함께할 수 있는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셔틀버스 기사의 노동권익을 보호하는 기능과 함께 노동의 편의성을 도모하는 노동센터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셔틀버스 노동자 지원센터를 만든다면 ▲ 셔틀버스 노동자 노동상담센터 운영 ▲ 셔틀버스 노동자 노동강좌·세미나 개최 ▲ 셔틀버스 노동자·고용자 중재위원회 운영 ▲ 셔틀버스 콜센터 시스템 등의 기능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셔틀버스 노동자 지원센터 설립은 아직 검토 중이지는 않다. 하지만 지난해 셔틀버스 기사를 지원하기 위해 권리 보호 교육을 진행하고, 권익 개선 홍보물 1만 부를 만들어 배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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