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 남북 대화·해빙 조짐에 신중한 태도…트럼프 말 아껴
트럼프 "김정은 대화 제안, 좋은 소식일수도 아닐 수도"
한반도 상황 예의주시하며 '제재·압박' 대북전략 이어갈 듯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청와대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대화 언급에 화답해 고위급 회담을 제안하면서 남북 관계가 해빙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미국 워싱턴 정가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 정부는 2일(현지시간) 일제히 새해 첫 업무에 들어갔다. 그러나 백악관이나 국무부는 아직 한반도 문제에 대한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지금까지 두 차례의 짧은 반응을 통해 "지켜보자"(We'll see)라고 말하며 신중 모드를 잇고 있다.
새해 전야 파티 참석에 앞서 기자들로부터 김정은 신년사에 대한 입장을 질문받자 "지켜보자"라고 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 계정에서 "로켓맨(김정은 지칭)이 지금 처음으로 한국과의 대화를 원하고 있다"며 "아마 이것은 좋은 소식일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지켜보자"라고 말했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한국에는 평창올림픽 참가 가능성과 대화를 제안하면서도 미국을 향해서는 "미국은 결코 나와 우리 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걸어오지 못한다"면서 "미 본토 전역이 우리 핵 타격 사정권 안에 있으며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고 위협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신중한 태도에는 김정은의 '통남봉미'식 전략이 한·미는 물론 국제사회의 대북공조에 균열을 내려는 의도가 깔린 것일 수 있는 만큼 발언 의도와 향후 추이를 살피면서 조심스럽게 대처하겠다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김정은 신년사에 대해 "한국과 직접 대화를 시작한다는 약삭빠른 새 전략을 통해 70년간 지속한 한미 동맹을 이간질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미 정부는 새해 벽두 한반도 시계가 긴박하게 돌아가자 내부적으로는 한국 정부와 긴밀한 접촉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을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로 연결하도록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강조했고, 통일부도 브리핑에서 남북 고위급 회담 추진 과정에서 "주변국들과 외교채널을 통해 협조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미 조야에서는 김정은의 '핵 단추' 발언이 부각되면서 강경 목소리가 간헐적으로 나오고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유엔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이 CBS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미래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결정할 시간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며 "만약 그들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선제 군사력은) 우리가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옵션"이라고 선제타격론을 꺼낸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미 칼럼니스트 유진 로빈슨은 이날 워싱턴포스트(WP) 기고에서 미 행정부 안팎의 강경 목소리를 경계하며 대화를 통한 북핵 해결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조건없는 첫 만남론'에 공감을 나타내며 "명백한 해결책은 협상을 통해 북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어느 수준에서 동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 정부는 일단 남북 간 대화 모드가 물살을 탈지 예의주시하면서 '최대의 압박과 관여'라는 현 대북전략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트위터에서 강력한 대북 압박이 '성과'를 낳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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