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실 중대하다" 화재로 숨진 3남매 엄마 구속(종합)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아파트에서 불이 나게 해 3남매를 숨지게 한 혐의로 체포된 20대 엄마가 구속됐다.
광주지방법원 형사단독 강동혁 영장전담부장판사는 2일 이불에 담뱃불을 털어 꺼 불이나게 해 세 남매가 숨진 원인을 제공한 혐의(중과실치사·중실화)로 청구된 엄마 정모(23)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정씨는 지난달 31일 오전 2시 26분 광주 북구 두암동 한 아파트 11층 주택에서 담뱃불을 이불에 튀겨 불을 끄고, 담배꽁초를 던져 불이 나게 해 4세·2세 아들과 15개월 딸 등 3남매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강 부장판사는 "과실 내용은 물론 과실로 인해 발생한 결과가 매우 중대한 점을 고려해 구속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이날 오후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정씨는 흐느껴 울며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판사의 질문에 '네'라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들을 왜 구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제가 잘못한 것 같다'고 답변하며 오열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는 만취 상태로 귀가해 거실에서 담뱃불을 피우다 잠에서 깨 칭얼대는 딸을 달래러 들어가며 이불에 담뱃불을 털어 껐다고 경찰 조사에서 진술했다.
이후 딸을 안고 잠이 든 지 9분여만에 불이 난 것을 알고 방안에서 약 10분에 걸쳐 전 남편과 112상황실 등에 전화를 걸어 신고 한 후, 구조요청을 하기 위해 세 남매에게 이불을 덮어 놓고 홀로 베란다로 빠져나왔다.
정씨는 다시 작은 방에 들어가 아이들을 구하려 했지만, 그 사이에 불길이 번져 진입하지 못하고 양팔과 다리에 화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정씨가 '나 때문에 불이 난 것 같다'고 실화 혐의를 인정해 긴급 체포 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단 정씨의 자백과 달리 실화가 아닌 일부러 불을 질렀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거짓말 탐지기 조사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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