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예능 강세에 '연예인' 경계가 무너지다
'2017 SBS 연예대상' 논란…개그맨들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져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관찰예능의 인기가 계속되면서 '연예인'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처음에는 연예인에게 초점을 맞춰 카메라를 돌리던 관찰예능 프로그램들이 점점 관찰대상을 확대하면서 예능 프로그램에 일반인들이 출연하기 시작했고, 이들이 관심과 화제를 모으면서 연예인의 자리를 위협한다.
반면, 코미디 프로그램이 하향세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정작 '전문 예능인'인 개그맨들의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코미디 프로그램에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 진출해온 개그맨들로서는 '원천 기회' 자체가 없어지는 셈이다.
◇ 일반인이 'SBS 연예대상'까지…'미우새' 파란
이런 와중에 지난달 30일 진행된 '2017 SBS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영예의 대상이 '미운 우리 새끼'('미우새')의 '어머니 출연자' 4인방에게 돌아간 것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논란을 일으켰다. 명색이 '연예대상'인데 연예인도 아닌 이들에게 최고상인 대상을 준 것은 과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로상이나 특별상 정도가 어울렸다며 전문 예능인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는 댓글이 쏟아졌다.
SBS로서는 2017년 최고의 시청률과 화제를 모은 프로그램이 '미운 우리 새끼'였고, 그 일등공신이 어머니 출연자 4인방이었다는 판단에 그 같은 결정을 내렸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방송 내내 어머니 출연자 4인방이 큰 인기를 모았고, 이들이 프로그램 인기를 견인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무슨 대상을 짬밥으로 주나. 어머님들이 제일 웃겼고 어머님들 보는 재미로 미우새 봤다"('larv****') 등과 같은 호의적인 댓글도 있었다. '미우새'의 출연자인 개그맨 박수홍은 자신의 어머니가 연예대상을 수상하자 "제가 28년 노력해도 못한 걸 어머니는 한방에 하셨다"는 말로 웃음을 선사하면서 현장에서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누리꾼 대다수는 '연예대상'은 과했다는 의견이다.
"미우새 어머님들은 좋다. 방송도 재미있고 그런데 대상이라니…전문 예능인들이 아닌데"('DearBoys'), "몇년 방송해도 상하나 받기 힘든데…1년 방송서 말 몇 마디 하고 대상? 많은 예능인들이 자괴감 느낀다"('귀염둥'), "차라리 (대상이) 미운우리새끼 팀이였다면 이해라도 하겠다. 이건 게스트 모셔놓고 대상 준 격"('hyun****') 등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 방송 관계자는 "연말 '연예대상' 시상식은 한해 인기를 모았던 프로그램과 출연자에 대해 시상하는 것이라 관찰예능 프로그램의 인기가 이어지는 한 일반인 수상자는 더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예인의 배우자, 부모, 자식 등이 '주연'을 맡은 관찰예능이 홍수를 이루고 있고, 젊은이들의 연애담을 관찰하는 프로그램에도 일반인 출연자들이 몰리고 있다.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아예 외국인 일반인을 관찰한다.
◇ 전현무는 '나혼자 산다'로 'MBC 연예대상' 거머쥐어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인 전현무가 '2017 MBC 연예대상'을 수상한 것 역시 관찰예능 '나혼자 산다' 덕분이다.
2012년 9월 KBS를 떠나 프리랜서 예능인으로 나선 전현무가 5년 만에 유재석, 김구라, 신동엽 등 쟁쟁한 전문 예능인들을 제치고 '연예대상'을 받은 것 자체가 대단한 일. 그런데 그는 전공인 '입담'만으로 수상한 게 아니라, 관찰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가감없는 모습으로 연예대상을 받았다. 관찰예능 프로그램의 원조이자, '미우새' 등 많은 아류작을 낳은 '나혼자 산다'가 방송 4년 만에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덕분인 것이다. (전현무가 3개의 프로그램(K팝스타6·판타스틱듀오2·마스터키)을 진행하는 SBS에서는 그에게 최우수 MC상을 줬다.)
전현무는 대상 수상 소감으로 "그동안 예능은 무조건 자극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시청자들이) '나 혼자 산다' 속 출연자들의 수수하고 순수한 모습을 좋아해 주시는 걸 보면서 또 하나 배웠다"고 말했다. 예능의 트렌드가 바뀌었음을 느낀 출연자의 '간증'이다.
'나혼자 산다'로 웹툰 작가 기안84는 박나래와 베스트커플상을 받았다. 또 한명의 '비 연예인' 수상자 탄생. 이 역시 관찰예능의 힘이다.
◇ '웃찾사' 종영…'KBS 연예대상' 무산에 개그맨들은 빈손
이렇듯 관찰예능이 초강세를 보인 2017년 코미디 프로그램은 맥을 추지 못했다. 전통의 KBS 2TV '개그콘서트'마저 시청률이 10% 아래로 떨어진 상태에서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900회를 맞아 이런저런 특집과 처방을 준비했으나 백약이 무효했고, 이렇다 할 화제의 코너나 유행어 없이 시청률은 7~8%대에서 맴돌았다.
5월에는 SBS TV '웃찾사'가 종영해 개그맨들을 울렸다. SBS는 '폐지'라는 말을 아꼈으나, 시청률 1~3%를 오가던 '웃찾사'가 다시 돌아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런 가운데 KBS 파업으로 지난 연말 'KBS 연예대상' 시상식이 무산되면서 개그계의 분위기는 더 가라앉았다. 하락세 속에서도 매년 'KBS 연예대상' 시상식을 통해 '개그콘서트' 개그맨들의 존재감은 확인할 수 있었는데, 2017년은 시상식조차 열리지 않으면서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뛴 개그맨들의 어깨에 힘이 빠졌다. 전통 코미디 프로그램은 이제 '개그콘서트'와 tvN '코미디 빅리그'(코빅)만 남아있다.
'세상의 모든 방송'으로 '2017 MBC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개그맨 박명수는 수상 소감에서 "tvN '코빅'에 나갔었는데 MBC 코미디 프로그램에 있었으면 편안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MBC도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 박나래, 양세형, 조세호와 같은 멋진 친구들 만들려면 코미디 프로그램에 대해 다시 생각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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