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립초 내년 신입생 뽑아놓고 "폐교 추진"…학부모 혼란
은평구 은혜초 "학생 줄어 재정적자 누적" 폐교 인가신청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서울 한 사립초등학교가 내년도 신입생 모집까지 마치고 폐교를 추진하겠다고 밝혀 학부모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30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 은평구 은혜초등학교는 최근 학부모들에게 가정통신문을 보내 "수년간 지속한 학생 결원으로 재정적자가 누적됐다"면서 "정상적인 학교운영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법무법인 자문을 받아 2018년 2월 말 폐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교직원 성과상여금 일부가 지급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면서 "올해 신입생 지원자가 정원(60명)의 절반에 그치는 등 학령아동 감소세에 따라 (결원문제가) 개선될 전망도 없다"고 설명했다.
은혜초 재학생은 현재 235명으로 정원(350명)의 65.2%에 그친다.
이 학교는 지난 28일 교육당국에 폐교 인가 신청을 냈다. 학교를 폐교하려면 설립 때와 마찬가지로 교육감 인가가 필요하다.
서울시교육청 서부교육지원청은 폐교 인가 신청을 받고 재학생 분산계획 등 후속조치가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이를 보완해 다시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교육청은 재학생 중 단 한 명이라도 학교를 계속 다니길 원하면 폐교를 인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서부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수업료를 받아 운영하겠다며 스스로 학교를 설립해놓고 형편이 어려우니 문을 닫겠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학생들의 교육권과 직결되는 폐교 인가는 쉽게 내줄 수 없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신입생뿐 아니라 재학생 전원의 친권자 동의가 있어야 폐교 인가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며 "학생이 한 명이라도 남아 있으면 폐교를 할 수 없어 폐교에 최대 6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폐교 인가가 나지 않으면 사학법인은 원치 않더라도 학교를 유지해야 하지만 폐교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힌 상황에서 성실한 운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공립학교가 많은 초등학교는 중·고등학교보다 폐교 후 재학생들을 수용시킬 곳이 상대적으로 많다. 특히 재학생이 상대적으로 적은 사립학교인 은혜초가 폐교 방침을 정한 이상 실제 폐교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은혜초는 1966년 개교해 반세기 넘게 운영돼왔다.
서울에서 학생 감소를 이유로 초등학교가 폐교를 신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2015년 2월 마리아수녀회가 운영하는 서울 은평구 알로이시오초등학교가 문을 닫은 바 있지만, 이 학교는 고아들을 돌봐오다 고아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으로 신입생이 없어지면서 폐교한 경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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