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상·국회의원상 NO!'…졸업식서 사라진 각종 시상
위화감 조성·지루하게 만드는 불필요한 행사 없애는 추세
춤·노래 등 공연 중심 학생 주도형 축제로 학교생활 마침표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교외 인사나 외부기관 시상이 주를 이루던 지루하고 딱딱한 졸업식 문화가 바뀌고 있다.
아예 시상을 없애고 학생들이 직접 준비한 춤이나 노래 등 공연으로 학교생활의 마침표를 찍는 분위기다.
29일 강원 춘천시 호반초등학교에서는 졸업생 45명이 공연을 펼쳤다.
졸업생 모두가 주인공인 '모두가 꽃이야' 졸업식이었다.
호반초는 3년 전부터 교육감상, 국회의원상 등 각종 외부기관 시상을 없애고 졸업생 모두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졸업식을 열고 있다.
시상이 학생 간에 위화감을 조성하고 행사를 지루하게 만든다고 판단해서다.
올해도 졸업생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무대에 올라 졸업장을 받고 학교생활 6년을 돌아보는 소감을 말했다.
학부모들부터 문구사장님, 동네 작은 도서관 활동가들, 학교 지킴이 선생님, 전근 가신 선생님까지 6년간 성장을 지켜보고 도와준 어른들도 덕담을 건넸다.
이어 후배들의 축하공연과 졸업생들이 직접 준비한 졸업공연, 졸업의 의미를 담은 윤동주 시인의 시 낭송으로 식은 끝이 났다.
학생들은 "졸업공연을 친구들과 함께 준비해 뜻깊고, 선생님들 말고도 동네 어른들과 부모님 등 우리를 위해 애써 주신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며 뿌듯해했다.
철원 청양초도 내년 2월 졸업식에서 시상을 지양하고 졸업생이 부모님에게 상장을 드리거나 후배에게 소중한 물건을 선물하는 자리로 대체하기로 했다.
정선 함백중 역시 각종 시상 없이 축하공연 중심의 졸업식을 준비하고 있다.
학교가 아닌 학생이 주도하는 축제형 졸업식도 늘어나는 추세다.
내년 1월 8일 첫 졸업생을 배출하는 횡성 현천고는 학생들이 졸업준비위원회를 만들었다.
위원회는 잡지 형태의 졸업앨범을 제작과 축하공연 기획을 전담하고 있다.
선생님들은 졸업생 개개인 특성에 맞는 상을 만들어 학생 전원에게 상을 주는 것으로 화답할 예정이다.
평창 진부고는 3년의 영상, 부모님 축하 영상, 사연 방송, 재학생 공연, 졸업생 연설문, 프리허그 졸업장 수여 등 학생들이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졸업식에서 '청춘들의 사회 입학식'이라는 슬로건으로 눈길을 끌었던 데 이어 올해는 '우리가 함께했던 모든 시간이 눈부셨다'는 슬로건을 정했다.
이밖에 철원 묘장초, 춘천 대룡중, 삼척 임원중 등도 학생들이 직접 기획에 참여하는 축제형 졸업식으로 학교생활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졸업 시기도 2월이 아닌 12월 말과 1월 초로 앞당기는 추세다.
졸업식과 함께 겨울방학을 하고 봄방학 없이 3월에 바로 개학하는 것이다.
조기 졸업식을 하면 2월에 행사를 준비해야 한다는 부담 없이 다음 교육과정 기획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강원도교육청에 따르면 이처럼 연말연시 졸업식을 하는 도 내 학교는 61개 초교, 36개 중고교로 나타났다.
도 교육청 관계자는 "졸업식의 진정한 주인공은 학생"이라며 "어른들 기억 속에 새겨진 딱딱한 축사와 지루한 시상식 대신 학부모, 재학생, 졸업생 등 모두가 즐거운 졸업식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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