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판다 임대로 실리 챙기면서 '외교카드'로 적극 활용
한쌍 연간 임대료 100만 달러, 새끼 낳아도 '소유권'은 중국
'일대일로' 관계국엔 빌려주고 '남중국해' 갈등 필리핀·베트남엔 '안돼'
오스트리아 정상, 달라이 라마 만나자 "회수"' 위협 보도도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중국이 판다를 외교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전 세계 동물원에 판다를 빌려주고 비싼 임대료를 받아 실리를 챙기면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임대해준 판다를 회수하겠다는 위협도 서슴지 않는 등 새로운 대국(?) 외교전략을 구사한다는 평가다.
요미우리(讀賣),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에서 최근 일반 공개돼 판다붐을 다시 일으키고 있는 도쿄(東京) 우에노(上野)동물원의 새끼 판다 '샹샹(香香)'은 전세계 주요 동물원에서 사육되고 있는 대부분의 판다와 마찬가지로 소유자는 중국이다.
샹샹의 엄마와 아빠 판다가 모두 중국에 임대료를 내고 빌려온 것이기 때문에 새끼의 소유권도 중국이 갖는다. 어미 판다 한 쌍의 임대료는 연간 100만 달러(약 10억7천만 원)다. 기네스북에 따르면 판다는 동물원 동물 중 가장 비싼 동물이다.
판다는 쓰촨(四川)성 등 중국 일부 지역에 서식하는 야생 1천900여 마리 외에 중국과 세계 각국의 동물원, 번식연구시설 등에서 520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이 중 58마리가 일본을 비롯한 해외 17개국에서 사육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우에노동물원과 오카야마(和歌山) 현, 고베(神戶)시 동물원 등에 9마리가 있다. 미국의 13마리에 이어 중국 이외의 국가로는 2번째로 많다.
중국은 1957~82년에 옛 소련과 북한 등 우호국에 판다를 기증했다. 유엔에 가입한 후에는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서방 주요 국가에 23마리를 기증했다. 1984년부터는 멸종위기를 내세워 '동포'인 홍콩과 마카오, 대만 이외에는 번식목적의 임대만 해주고 있다. 현재 중국 이외에 소유권을 갖고 있는 국가는 기증받은 판다의 자손 2마리를 보유하고 있는 멕시코가 유일하다.
임대료는 한 쌍에 100만 달러 수준이며 기간은 10~15년이다. 판다를 빌리는 국가는 중국과 번식 및 생태 공동연구계약을 맺어야 한다. 빌려주는 판다 부부는 유전자 조사를 해 새끼가 근친이 되지 않도록 고른다고 한다. 새끼의 소유권은 중국에 있으며 보통 2~4년 후 중국으로 돌려준다. 일본도 우에노 동물원의 샹샹을 포함해 9마리 모두를 중국에 돌려줘야 한다.
판다 임대 대상국은 사육실적이 있는 "옛 기증국"에서 요즘에는 중국과 정치, 경제관계를 강화하는 국가들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 외교 당국자는 "판다 외교는 상대국과의 관계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는 의미가 있다"고 인정했다. 중국 외교부의 루캉(陸慷)대변인은 6월 우에노동물원에서 샹샹이 태어나자 "판다는 중국과 다른 나라간의 '친선대사'"라면서 "판다가 중국과 일본 양국 국민의 유대를 강화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메르켈 독일 총리도 지난 7월 중국이 빌려준 판다 2마리가 도착하자 "2마리의 대단히 훌륭한 외교관"이라고 평가했다.
임대 국가 수는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 주석 시절 10년간 7개국에 그쳤으나 시진핑(習近平) 정권 들어서는 첫 5년 동안에 이미 9개국(앞으로 보낼 국가 포함)에 달했다.
시진핑 정부 들어서는 판다를 경제외교 등 대외전략으로 활용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시진핑 정부가 추진하는 거대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와 연계하는 듯한 모습도 보인다. 시 주석이 바다의 실크로드 구상을 처음 발표한 인도네시아를 비롯, 중국과 유럽을 잇는 육로와 해상 실크로드의 유럽 측 기점인 네덜란드가 이미 임대국으로 결정됐다. 최근 임대에 합의한 핀란드와 덴마크도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입했다. 한국도 사드 등의 문제로 관계가 악화되기 전 판다 임대에 합의했다.
또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 국제적 비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마찰을 빚고 있는 필리핀과 베트남에는 빌려주지 않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남중국해 문제에 중립적인 말레이시아에는 빌려줬다.
중국은 판다 임대료를 중국 서부 산간오지의 자연보호와 판다 보호에 쓴다고 밝히고 있지만, 구체적인 사용처는 알 수 없는 상태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2013년에는 오스트리아 수뇌부가 달라이 라마와 만난 일에 불쾌감을 표시하면서 빈에 있는 현존 세계 최고(最古)의 셴부른 동물원의 판다를 회수하겠다고 위협한 것으로 보도된 적도 있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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