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를 통틀어 '스타워즈'와 같은 현상은 없었다"
'넛지'의 美법학자 선스타인이 쓴 '스타워즈로 본 세상' 출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2015년 12월 19일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TV토론에 나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토론을 마무리하면서 말했다. "포스가 여러분과 함께하길." 같은 주 공화당 대선 후보 테드 크루즈도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포스가…… 당신을 부릅니다."
미국 정계 화두로 떠오른 '포스'(the Force) 정체는 무엇일까. 답은 그보다 며칠 전 열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에서 찾을 수 있다. "다들 수고했어요. 나는 지금 '스타워즈'를 보러 가야 해요."
'포스'는 '스타워즈' 세계를 흐르는 일종의 에너지이자 기운이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7편인 영화 '깨어난 포스'가 개봉하자 정계마저 들썩인 것이다. 이는 '스타워즈' 시리즈가 지구에 미치는 엄청난 '포스'를 보여주는 사소한 사례에 불과하다. 올해로 40년을 맞은 '스타워즈'는 모든 면에서 영화 그 이상이다.
베스트셀러 '넛지' 공저자인 미국 법학자 캐스 R. 선스타인은 "인류 역사를 통틀어 '스타워즈'와 같은 현상은 없었다"고 단언한다. 선스타인은 신간 '스타워즈로 본 세상'(열린책들 펴냄)에서 '스타워즈'라는 이 현상을 다층적으로 살펴본다.
저자가 가장 먼저 관심을 보인 대목은 제작자 조지 루커스마저도 '참사'를 두려워했던 영화가 어떻게 세계를 연결하고 세대를 관통하며 심지어 죽은 자들도 불러오는 엄청난 성공작이 됐는지다.
1977년 시리즈의 첫 작품인 '새로운 희망' 개봉을 앞두고 1차 편집본 시사회가 열렸을 때 박수는 커녕 웃음도 찾아볼 수 없었다. 루커스는 개봉 직후 하와이로 '도피성' 휴가를 떠났다. 다스 베이더를 연기한 데이비드 프로스도 "우리 대부분은 쓰레기 같은 영화를 찍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저자는 '새로운 희망' 성공 원인을 두루 따져보면서 "실패하기에는 너무도 좋은 영화"라는 결론에 닿는다. 입소문, 언론 보도, 평단 평가 등 '평판의 폭포' 효과도 작용했고 1970년대 말 시대상과 맞아 떨어진 부분도 있지만, 작품 자체가 성공이 예정된 영화였다는 지적이다.
책은 종교, 페미니즘, 정치, 경제, 행동과학, 과학기술 등 다양한 돋보기를 들고 '스타워즈'를 훑는다. 이를 통해 '깨어난 포스'가 대성공인지 실패작인지, '스타워즈'가 '스타트렉'보다 과연 뛰어난지, 왜 중앙집중화된 권력은 몰락하는지, 남자아이는 어머니를 어떻게 보는지 수많은 세상의 풍경과 인생사를 논한다.
저자는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 '순수의 전조'를 인용해 말한다. "'스타워즈'는 한 알의 모래다. 그 안에 온 세상이 다 들어 있다." 저자가 확신한 것처럼 '스타워즈'를 사랑하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 사랑하지도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 모두에게 통할 책이다.
장호연 옮김. 320쪽. 1만5천 원.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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