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2035년까지 '꿈의 에너지' 핵융합 발전소 짓는다
상하이·허페이·청두 등 유치 경쟁…핵융합 개발 경쟁서 미국 앞서
"자칫 잘못하면 '돈 먹는 하마' 될 수 있다" 지적도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이 2035년까지 '꿈의 에너지'로 불리는 핵융합 발전소를 지을 계획이며 중국 대도시들이 발전소 유치를 위해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7일 보도했다.
핵융합 발전소는 수소 가스를 태양의 내부 온도보다 10배나 높은 1억℃ 이상의 초고온 플라스마 상태로 만들어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헬륨으로 융합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막대한 에너지를 이용한다.
태양이 타오르는 원리인 핵융합은 그 원료인 수소를 지구 상에서 쉽게 얻을 수 있고, 방사선 발생이 없어 '꿈의 에너지'로 불린다.
핵융합 발전소를 유치할 경우 중국 전역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과학 인재를 끌어들일 수 있고, 세계 최고의 혁신도시라는 명성을 얻을 수 있어 중국 대도시들이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재 핵융합 발전소 유치 경쟁에는 상하이, 허페이(合肥), 청두(成都) 등 3개 도시가 뛰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경제 중심지인 상하이는 바닷가에 있어 핵융합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열을 냉각할 물 자원이 풍부하게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중국 최고의 여러 연구소와 대학이 포진했다는 것도 강점이다.
안후이(安徽)성의 성도인 허페이는 중국과학원 플라스마 물리연구소 핵융합 실험로(EAST·Experimental Advanced Superconducting Tokamak)가 자리 잡고 있어 기존 연구 성과를 최대한 살릴 수 있다고 내세운다.
중국 핵무기 설계와 제조의 본산인 쓰촨(四川)성의 성도인 청두는 중국 군부와 원자력 산업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2035년까지 건설한다는 목표를 가진 중국의 핵융합 발전소는 프랑스 남부에 짓고 있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를 기본 모델로 삼고 있다.
하지만 ITER이 핵융합을 10분간 유지한다는 소박한 목표를 세운 데 반해 중국 핵융합 발전소는 이를 몇 달간 유지한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웠다.
중국은 이미 핵융합 연구에서 미국을 앞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은 레이저를 이용해 핵융합을 달성하는 방식의 독자적인 연구를 진행했지만, 미 에너지부는 지난해 35억 달러(약 3조8천억원)가 투입된 이 연구 시설이 실패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반면에 중국 플라스마연구소 핵융합 실험로는 올해 6월 세계 최초로 5천만℃ 이상의 초고온 플라스마 상태를 100초 이상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핵융합 발전소 건립에는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은 물론 미국, 러시아, 중국 등이 참여한 프랑스 ITER 프로젝트는 애초 계획에 따르면 10년 전에 이미 끝났어야 했으나, 지금은 2020년대 중반에 끝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ITER 프로젝트에 투입된 돈은 무려 261억 달러(약 28조원)에 달한다. 이는 전 세계 과학연구시설 중 가장 많은 돈이 투입된 사례이다.
핵융합에 필요한 초고온 플라스마에 주변 장치가 닿으면 모두 녹아내리기 때문에, 플라스마를 진공 공간에 띄워놓고 핵융합을 유도할 도넛 모양으로 생긴 토카막(tokamak)이라는 장치가 필요하다.
1950년대 구소련이 개발한 토카막은 강력한 자기장을 생성할 수 있는 초전도 코일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초고온을 견딜 수 있는 내벽과 코일을 담글 초저온 액체 등이 모두 필요해 제조가 매우 어렵다.
미국의 핵융합 연구에 참여했던 베이징대 레이옌 교수는 "핵융합 프로젝트는 자칫 잘못하면 '돈 먹는 하마'가 될 수 있다"며 "핵융합 과정에서 유출될 중성자가 주변 환경에 미칠 치명적인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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