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틀콕 천재소녀' 등장…여중생이 선발전 사상 첫 태극마크
광주체중 안세영 "제2의 라경민 보는 듯…도쿄올림픽 기대주"
아직 파워 부족하지만 다양한 기술과 스트로크는 대표급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성인 언니들을 연파하고 자력으로 태극마크를 단 배드민턴 천재 소녀가 등장했다.
주인공은 여자단식 안세영(15·광주체중3). 2002년 태어난 안세영은 고등학교에 진학하기도 전에 주니어 대표팀을 넘어 성인 대표팀에 합류하게 됐다.
안세영은 지난 22일부터 25일까지 전라북도 군산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8 배드민턴 국가대표선발전에서 여자단식 부문 7전 전승으로 태극마크를 확정했다.
중학생이 선발전을 거쳐 국가대표에 선발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170㎝가 넘는 키에 몸무게는 50㎏대 초반인 안세영은 여전히 성장 중이다.
대표팀은 2020년 도쿄올림픽 자원으로 공들여 키울 방침이다.
단식 선발전은 A조와 B조로 나눠 풀리그전으로 남녀 각 8명을 선발한다. 각 조 1·2위는 자동 선발되고, 3∼8위는 순위결정전으로 정한다.
안세영은 B조 1위를 차지해 26일 열리는 여자단식 순위결정전에 참가할 필요가 없다.
안세영은 현 국가대표를 포함한 실업 선수 4명과 대학생 1명, 고등학생 2명을 모두 제압했다.
선발전에 참가한 중학생도 남녀 단식·복식을 통틀어 안세영이 유일하다.
안세영을 지도했던 김학균 주니어배드민턴 대표팀 감독은 "안세영이 성인 언니들과 정식 대결을 한 적도 없었다. 17세 이하 대회에 출전하다가 올해부터 19세 이하 대회에 나갔다"며 "이번 선발전에도 추천으로 참가했는데 이렇게까지 잘할 줄은 몰랐다"고 놀라워했다.
안세영은 아직 근육이 발달하지 않아 언니들보다 힘이 부족하다. 그러나 영리함으로 이를 극복했다.
김 감독은 "안세영이 날렵한 몸매를 갖추기는 했지만, 아직 힘은 부족하다. 그러나 단식은 몸이 아닌 머리로 해야 한다"며 "순간순간 판단 능력과 배합이 좋은 선수"라고 칭찬했다.
다양한 기술과 스트로크를 구사하는 게 안세영의 강점이다. 여기에 힘을 보강하고, 스윙을 더욱 섬세하게 가다듬는다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는 평가다.
최근 탁구에서는 탁구 국가대표 출신 오상은의 아들인 오준성(오정초5) 군이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에서 실업 선수를 이기는 등 파란을 일으켜 주목을 받았다.
안세영은 아버지가 운동선수(복싱) 출신이지만 배드민턴 피를 물려받지는 않았다.
대신 선수가 지녀야 할 자세와 기본기가 탄탄하다.
김 감독은 "어떤 과제든 수행하려고 노력하고,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훈련 과제를 주면 저에게 적극적으로 물어보면서 활발히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경기에서는 투지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선발전을 지켜본 강경진 국가대표팀 감독은 "어린 선수 같지 않고 대범하더라. 선배들 앞에서 기죽지 않았다"며 "몸놀림과 신체 밸런스가 마치 어린 시절의 라경민 국가대표 코치를 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라경민 코치는 여자단식 선수로 출발했다가 복식으로 전향, 현 남편 김동문 교수와 함께 혼합복식 국제대회 70연승을 기록하는 등 2000년대 초반까지 세계 배드민턴계에서 독보적인 최강자로 군림한 스타였다.
안세영도 주니어 대표로 출전한 국제대회에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막내'로 합류한 올해 아시아 주니어배드민턴 선수권 결승에서 결정적인 승리를 따내 한국의 우승을 이끌었다. 2016·2017년 연속으로 대한배드민턴협회 우수 표창을 받았고, 올해 대한민국 여성체육대상 꿈나무상도 수상했다.
이제 관건은 체계적인 육성이다.
주니어 대표팀에서 성인 대표팀으로 안세영을 떠나보내는 김 감독은 "너무 어려서 힘들어할까 봐 걱정도 된다"면서도 "단식 선수는 만들기가 더 어려운데, 단계적으로 잘 준비한다면 도쿄올림픽 기대주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표팀에서 안세영을 책임지게 된 강 감독은 "아직 나이가 어리니 체계적으로 단식을 지도하겠다. 도쿄올림픽을 겨냥해서 혹사가 되지 않도록 천천히, 급하지 않게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간판 성지현(MG새마을금고) 외에 다소 약했던 여자단식에 청신호가 들어온 것 같다"며 기대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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