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人] "50일 550만끼…평창 찾은 전 세계 선수들 입맛 책임집니다"
30년 경력 기내식 전문가인 곽기현 조직위 식음료부장
"선수촌 식당 특급호텔 수준 450가지 음식으로 24시간 운영"
"비빔밥·잔치국수·김밥 등 한식 널리 알릴 것"
(평창=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올림픽의 성패를 가늠할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음식은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맛과 영양과 위생에서 모두 흠잡을 데 없는 음식으로 각국에서 온 선수와 관계자, 관람객을 만족시키는 것이 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한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곽기현 평창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조직위원회 식음료부장은 평창을 찾는 세계인의 입맛과 건강을 책임진다는 이 중요한 임무를 3년 전부터 맡아 수행하고 있다.
올림픽 개막을 45일 앞두고 식음료 준비도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곽 부장은 "경기장과 선수촌 등 22곳에 주방 텐트가 들어섰고 주방 장비도 90% 정도 설치됐다"며 "내달 8일 운영인력들을 위한 용평 알파인 경기장 식당을 시작으로 차례로 식당 운영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 부장의 본업은 항공사 기내식 담당자다. 1986년 대한항공 입사 후 거의 줄곧 기내식 관련 업무를 맡아왔다.
조직위 출범 후 주방 건설과 식음료 운영 경험, 외국어 등의 요건을 갖춘 식음료 담당자를 찾기 위해 공고를 냈는데 적임자를 찾지 못하다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한때 조직위원장을 맡으면서 기내식 전문가인 곽 부장이 발탁됐다.
2014년 11월 조직위에 합류한 곽 부장은 하루 7만 끼 기내식 대량급식 노하우를 살리고, 또 역대 스포츠 이벤트 자료를 토대로 스포츠 케이터링에 대해서 공부하면서 평창올림픽을 준비했다.
평창올림픽과 패럴림픽 전후 50일가량 동안 선수촌과 각 경기장 등에서 제공되는 음식은 무려 550만 끼에 달한다.
약 95개국 6천500여 명의 선수를 비롯한 각국 관계자와 취재진, 대회 운영인력, 관중들이 22곳의 식당에서 먹을 식사다.
그중에서도 올림픽 식음료의 하이라이트는 평창과 강릉 두 곳에 있는 선수촌 식당이라고 곽 부장은 전했다.
"기본적으로 선수촌 메뉴는 특급호텔 수준이라고 보면 됩니다. 선수들이 24시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게 운영되고요. 뷔페식으로 깔린 음식과 일주일 단위로 제공되는 그날그날의 메뉴까지 450가지 음식이 제공됩니다."
신세계푸드와 현대그린푸드가 위탁 운영하는 선수촌 식당의 메뉴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협의해 일찌감치 식단 구성과 시식까지 마쳤다.
선수들이 특히 좋아한다는 피자를 비롯해 스테이크, 파스타 등 서양식부터, 한식과 다른 아시아 음식 등 각국 선수들의 취향을 고려한 다양한 지역 음식이 마련되고 채식 메뉴, 무슬림 선수들을 위한 할랄 메뉴, 글루텐 프리 메뉴까지 준비된다.
IOC의 권고에 따라 메뉴마다 엄격하게 알레르기 표시를 하고, 칼로리와 원산지도 표기한다.
연초 평창과 강릉 일대에서 열린 각 종목 테스트 이벤트는 식음료 부문에서도 리허설의 기회가 됐는데 다행히 합격점을 받았다.
세라 루이스 국제스키연맹(FIS) 사무총장이 음식에 찬사를 보내는 등 참가했던 7개 연맹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곽 부장은 전했다.
곽 부장은 평창올림픽에서의 원활한 식음료 공급이 올림픽 성공 개최뿐만 아니라 한식의 세계화로도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초밥이 지금처럼 세계화된 기점이 1964년 도쿄올림픽이었습니다. 평창올림픽도 한식 세계화의 중요한 기점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미 기내식을 통해 비빔밥을 세계에 알린 경험이 있는 곽 부장은 이번 올림픽 선수촌과 관중 메뉴에 비빔밥과 잔치국수, 김밥을 포함시켰다.
"잔치국수는 개인적으로 베트남 쌀국수보다 더 우수하다고 생각하는데, 외국인들도 잘 먹더라고요. 영양학적으로 웰빙 푸드인 김밥도 김 수출 증가에 맞춰 세계의 길거리 음식이 되면 좋겠습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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