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야 집에 가자"…제천 화재서 아내 손놓친 남편의 통곡
제천 화재 희생자 첫 발인식 엄수…"아직도 믿기질 않아" 눈물
(제천=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경자야 집에 가자. 내가 잘못했으니 이제 집으로 가자…"
옅은 안개가 낀 23일 이른 아침 충북 제천시 제일장례식장에서 스포츠센터 화재로 희생된 29명의 사망자 가운데 첫 발인식이 엄수됐다.
이번 사고로 동갑내기 아내 장경자(64)씨를 떠나보낸 김인동씨는 영결식장에서부터 관을 붙들고 통곡했다.
비극으로 고인을 잃은 유가족과 친지 50여명도 짝을 잃은 남편의 오열에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김씨 부부는 화재 참사가 발생한 지난 21일 오후 근력 운동을 위해 불이 난 스포츠센터 헬스장을 찾았다.
한 시간 가량 함께 운동하던 중 김씨는 건물에 불이 났다는 사실을 알고 뛰쳐나갔다.
김씨는 아내가 앞서 나가는 것을 보고 무사히 탈출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대피 도중 2층 목욕탕에서 뛰쳐나오는 여성들을 보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구조를 돕다가 건물을 빠져나왔다.
그러나 건물 밖으로 대피한 줄 알았던 아내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급히 전화를 걸었다. 아내는 "유리가 망치로 깨지지 않아요"라고 다급히 소리쳤다.
이것이 아내와의 마지막 통화였다.
김씨는 "봄이 오면 아내와 함께 등산을 즐기기 위해 이달 초부터 함께 운동을 시작했다"며 "이렇게 먼저 갔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며 눈물을 훔쳤다.
발인식을 한 김씨는 제천시 백운면 모정리의 집에서 노제를 지내며 마지막으로 아내와 함께 동네를 둘러본다.
이후 화장을 통해 아내를 납골당에 안치할 예정이다.
김씨는 "평소 아내가 수목장을 원했다"며 "하지만 자녀들이 (수목장을 하면) 엄마 얼굴을 영영 볼 수 없게 되지 않냐고 설득해 화장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제천체육관에는 화재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돼 시민들의 조문을 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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