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또 나와!"…연말 스크린 종횡무진하는 신스틸러들
조우진 액션연기 첫 도전…김의성은 청와대→교도소 행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일주일씩 시차를 두고 개봉하는 연말 한국영화 '빅3'에 겹치기 출연하는 조연급 배우가 여럿이다. 주연으로 전면에 등장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영화마다 색다른 모습의 이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신과함께: 죄와 벌'과 '1987'에서 모두 주연을 맡은 하정우의 '셀프 연기대결'과는 또다른 관전 포인트다.
'내부자들'의 섬뜩한 악역 '조상무'로 이미 정상급 신스틸러로 눈도장을 찍은 조우진은 '강철비'에서 대변신을 했다. 북한에서 남한으로 급파된 암살요원 최명록으로 분해 첫 액션 연기에 도전했다. 영화 초반 군복을 입고 권총을 쏘며 예열한 뒤 남한에 내려와 '북한 1호'를 비밀리에 지키는 엄철우와 맨몸 결투를 펼친다. 상대는 '액션 고수' 정우성. 둘의 체격 차이에도 불구하고 첫 도전은 대체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스크린에서 쓰임새가 더 늘어난 셈이다.
'1987'에선 박종철 열사의 삼촌 역을 맡았다. 가족 대표로 부검실에 들어갔다가 조카의 시신을 확인하고는 퉁퉁 부은 얼굴로 망연자실 주저앉는다. 초점이 없는 듯하면서도 어딘가를 응시하는 표정에는 슬픔과 분노가 반씩 섞여 있다. 감정을 억누르고 있다가 유해를 흩뿌리며 마침내 오열하는 아버지 역 김종수와 함께 관객의 눈물샘을 헤집는다.
베테랑 김의성도 '강철비'와 '1987'에 동시에 얼굴을 비친다. 두 영화에서 그가 있는 자리도, 그의 생각도 극과 극이다. 먼저 '강철비'에선 후임이 정해진 대통령 이의성으로 청와대를 지킨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북한 쿠데타로 들이닥친 혼란에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전쟁을 준비하는 호전적 인물. 차기 대통령 김경영(이경영 분)에 비하면 이념적으로 다소 오른쪽이다. 대립 관계인 김의성과 이경영이 서로 성만 바꿔 나오는 점도 영화의 깨알 같은 재미다.
'1987'의 김의성은 교도소에 갇혀 있다. '강철비'의 이의성과 카리스마는 엇비슷하지만, 국가보다 국민이 먼저다. 5·3 인천사태를 주도한 혐의로 투옥된 상태에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상을 세상에 알리려 애쓴다. 해직기자 출신으로 재야운동에 투신했던 이부영 전 의원의 민주화투쟁을 재현했다.
'천만 요정' 오달수가 빠질 수 없다. '신과함께'에서 망자의 죄를 묻고 형량을 내리는 판관 역으로 웃음을 선사한다. '1987'에선 보도지침을 어기고 박종철 사망사건을 최초 보도한 언론사의 사회부장으로 나온다. 오달수는 박종철 열사의 부산 혜광고 후배다.
'1987'에는 오달수처럼 영화의 취지에 공감해 출연을 자청한 배우들이 많다. 장준환 감독이 "30년 후에도 작은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고 느꼈을 정도다. 설경구는 절에 칩거하며 민주화운동에 힘을 보태는 재야인사 김정남을 연기한다. 벙거지에 가려진 얼굴이 드러나는 순간부터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한다.
'안기부장' 문성근과 '경찰 치안본부장' 우현은 6월항쟁에 직접 참여한 이들이다. 영화에선 반대편 인물을 연기했다. 우현은 "1987년에 가장 치열한 대학생활을 보냈다. 출연까지 하게 돼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그는 1987년 연세대 총학생회 집행부로 이한열 열사의 장례식과 49재 행사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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