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들강 피해자 어머니 "저세상 딸 만나도 얼굴 들수 있게 됐다"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이제야 저세상에서 남편과 딸을 만나도 얼굴을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장기 미제사건이었던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의 범인이 16년 만에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됐다.
피해 여고생의 어머니 최모(60)씨는 22일 "16년간 풀지 못했던 딸의 억울함과 우리 가족의 고통, 딸을 유난히 예뻐했던 작고한 남편이 생각나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고 말했다.
작은딸로부터 전화를 받고 TV 뉴스를 통해 범인의 무기징역형 확정 소식을 접한 최씨는 집에서 혼자 딸의 이름을 수십 번이나 되뇌며 울었다.
최씨는 "딸자식이 죽은 것도 억울했지만 '그러게 왜 밤늦게 나갔느냐'며 피해자인 딸을 탓하는 시선들이 고통스러워 검·경이 하는 대로, 사건을 종결해도 더 수사해달라는 말조차 하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사건이 발생한 지 11년이 지난 2012년에서야 DNA 증거가 일치하는 용의자가 나타났다고 해 희망을 가졌지만 결국 검찰이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다"며 "그때 '이대로는 딸도 나도 억울해서 눈을 감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첫딸을 잃고 괴로워하던 남편마저 숨진 뒤 사건을 입 밖에 잘 내지도 않았던 최씨와 가족들은 오랜 고민 끝에 사건을 언론에 제보하고 재수사를 촉구하기로 했다.
가족들의 용기와 결단이 미제사건 재수사의 원동력이 된 셈이다.
'드들강 여고생 살인'은 2001년 2월 전라남도 나주 드들강 유역에서 여고생이 성폭행을 당한 뒤 물에 잠겨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대법원은 이날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살인) 혐의로 기소된 김모(40)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최씨는 "처음에 제대로 수사해서 범인을 잡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왜 없겠는가"라며 "공소시효가 얼마 안 남은 상태였는데 '태완이법' 시행으로 이제라도 재수사를 통해 억울함을 밝혀내서 다행이라 여긴다"고 말했다.
피해자가 성폭행 직후 곧바로 살해됐다는 사실을 입증해낸 법의학자 이정빈 교수와 증거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상황에서도 적극적으로 재수사에 임한 전남지방경찰청, 나주경찰서 경찰관들에게도 고마움을 표현했다.
최씨는 "곧 딸과 남편이 묻힌 곳에 찾아가 소식을 알려주려 한다. 딸도 남편도 이제는 편히 눈 감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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