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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人] '2천18m' 썰매길, 15개월 만에 완성한 '토목장이'
최태희 대림산업 현장소장, '국제 특허 신기술' 개발로 경기장 완공
공사 기간 '절반' 단축…동계올림픽 앞둔 중국에 현장 자문까지



(평창=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총 길이 2천18m 슬라이딩 트랙을 15개월 안에 완성하라."
평창 슬라이딩 센터 건설을 지휘하는 최태희 대림산업 현장소장은 이를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이라 얘기했다.
맨몸으로 최고 시속 150㎞를 달리는 썰매 종목 경기장 건설은 속도와 충격으로부터 선수를 지키기 위해 역학·토목·건축·전기·기계·냉동 분야 첨단 기술을 요구하는 까닭이다.
실제로 썰매 경기장 완성에 2010년 밴쿠버 올림픽은 30개월, 소치는 20개월이 걸렸다.
최 소장은 공사 기간을 단축한 비결로 '신기술 개발'을 꼽았다.


봅슬레이·스켈레톤·루지 등 총 9개 금메달이 걸린 썰매 경기가 펼쳐지는 평창 슬라이딩 센터 건설은 국제 특허를 인정받은 기술을 적용했다.
슬라이딩 트랙 공사는 하부 기초 건설·철제 뼈대 설치·냉동 배관 및 철근 설치·콘크리트 붓기 순서로 진행한다.
이들 중 철제 뼈대부터 철근 설치까지에 가장 많은 시간이 걸린다.
지그(Zig)라고 불리는 뼈대는 냉동 배관을 지지하는 장치로, 총 5만여개를 설치한다.
그 위로 총 길이 100㎞의 직경 34㎜ 냉동 배관을 끼우고 용접해 붙인다.
뼈대를 트랙 곡선에 맞게 휘는 것부터 배관을 용접하기까지 모두 현장에서 수작업으로 진행된다.
최 소장은 과거 다리 건설 현장에서 사용한 기술을 트랙에 적용했다.
휘는 모양과 크기가 모두 다른 뼈대를 설계대로 레이저로 잘라 그 위로 배관을 깔고 자동 용접기로 붙이는 것이다.
뼈대와 배관, 철근을 결합한 덩어리(세그먼트)를 12m 단위로 인근 공장에서 만들어 현장으로 옮겨 설치했다.
이를 통해 노동력과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었다.


또 특수 콘크리트 뿜어붙이기 공법(숏크리트)을 적용해 1㎤당 400㎏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경기장을 완성했다.
10차례 현장 검측을 마친 국제경기연맹(IBSF, FIL)은 '최고 경기장'이라고 평가했다.
최 소장은 "다리를 만들 때 뼈대가 다 철강으로 이뤄지는데 도면을 통해 정밀하게 제작한다"며 "그 기술을 경기장에 적용하지 않으면 시간 안에 완성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신기술은 국내뿐 아니라 미국, 중국에서도 인정받아 국제 특허를 얻었다.
15개월의 공사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슬라이딩 센터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지어지는 까닭에 기술과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특히 최고의 빙질을 항상 유지하기 위한 냉매 처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냉매로 사용하는 암모니아 가스는 불안정한 특징을 띠어, 배관 연결 방향에 따라서도 제 기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장을 설계한 독일은 자세한 기술까지는 제공하지 않았다.
이에 최 소장은 건설팀과 함께 숱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하나씩 연결을 완성해갔다.


이 과정에서 냉매 펌프의 베어링이 수차례 깨지기도 했다.
또, 배관을 자동 용접하는 기계도 금속 성질에 따라 센서 수치가 달라, 최적의 수치 찾기에 한 달이 걸렸다.
냉동 배관의 완벽한 곡률을 구현하는데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이런 어려움과 실패는 모두 거름이 돼, 결국 우리 기술로 변했다.
이런 기술과 노하우는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까지 적용될 예정이다.
중국은 아직 봅슬레이 경기장 설계를 마치지 못해, 빨라도 내년 4월께나 공사를 시작할 수 있다.
마음이 급한 중국은 국내 기술 자문을 구하기 바쁜 상황이다.
특허 기술을 가진 대림산업은 중국과 현장 자문 계약 마무리 단계에 있다.
최 소장은 "우리가 겪은 실패와 시행착오는 중국도 피해갈 수 없는 부분"이라며 "그때가 되면 중국이 우리를 대하는 태도가 한층 겸손해질 것"이라며 빙긋이 웃었다.


2014년 11월 공사를 시작해 2016년 1월 마무리할 때까지 약 1만 개의 해결 과제가 있었다.
어떤 것은 하루에 열 개씩 풀렸지만, 하나를 해결하는 데 한 달이 걸리는 과제도 있었다.
최 소장은 "1만 개의 목록을 모두 지워나가는 것은 결코 혼자 이룰 수 없었던 일"이라며 "토목, 기계, 건축, 전기, 냉동 각 분야 전문가로 이뤄진 팀이 숱한 밤을 새우며 고민하고 소통한 결과"라고 밝혔다.
그는 서로 다른 분야의 팀원들을 이해시키고 한데 묶기 위해 때론 친형처럼 온화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갈 길이 정해지면 사나운 장수로 돌변하기도 했다.
강력한 리더십에 설득력을 갖추기 위해 최 소장은 수험생처럼 각 분야를 공부했다.
덕분에 전공 분야인 토목 외에 냉동, 전기 등에도 준전문가가 됐다.


그는 자신이 경기장을 지으면서 여러 분야에 전문 지식과 기술을 갖게 된 것처럼, 우리나라도 동계올림픽을 치르면서 기술이 한 단계 발전할 것이라 믿고 있다.
동계올림픽은 하계보다 경기장 건설에 훨씬 더 많은 기술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는 "유럽, 미국, 캐나다 수준의 동계 경기장 건설 기술은 돈만으로 살 수 없는 것"이라며 "그 정도 수준으로 올라가는 것 또한 금메달만큼 국격을 높이는 길"이라고 여겼다.
15개월간의 경기장 건설 과정은 사소한 것 하나까지 백서로 남겨질 계획이다.
최 소장은 마지막으로 썰매 종목에 출전하는 우리 선수들에게 응원을 남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국내 대표팀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경기장을 지었다"며 "선수들이 커브 주행 기술을 빨리 몸으로 익혀서 좋은 결과로 보답하길 바란다"고 바람을 전했다.


yangd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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