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파 vs 스페인 잔류파, 명운 걸고 승부
독립진영 근소하게 앞서…누가 이겨도 과반 못 미치는 불완전 승리 예상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새 자치정부 구성을 위한 조기 선거가 21일(현지시간) 카탈루냐 전역에서 치러진다.
이날 선거는 지난 10월 27일 일방적으로 독립공화국을 선포한 카탈루냐 자치정부를 해산한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가 분리독립 진영을 상대로 띄운 '승부수'의 성격이 짙다.
스페인의 검찰의 '반역죄' 수사로 코너에 몰린 독립파가 분리독립 추진의 불씨를 이어가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는 가운데, 스페인 잔류파는 이번 기회에 카탈루냐에서 분리주의의 기운을 도려내겠다며 맞서고 있다.
따라서 이번 선거를 기점으로 카탈루냐 지방의 분리독립 운동은 중대 기로를 맞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까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분리주의 정당인 공화좌파당(ERC)과 스페인 잔류파인 시민당(시우다다노스)이 자치의회 전체의석 135석 중 각각 29∼35석을 얻을 것으로 관측돼 제1당 자리를 놓고 경합 중이다.
분리주의 정파 연합이 스페인 잔류파를 상대로 과반에 못 미치는 불완전한 승리를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전체 유권자 550만 명 중 20% 이상이 표심을 정하지 못한 부동층인 것으로 나타나 이들의 향배가 선거 결과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분리독립 선언과 스페인의 자치정부 해산 등으로 정치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로 높아져 투표율이 그 어떤 때보다도 높게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 결과가 나오면 독립파와 스페인 잔류파는 자치정부 구성과 정국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계산과 견제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어느 진영이 승리하더라도 불완전한 승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독립파 지도자들이 스페인 정부의 반역죄 수사까지 받고 있어 카탈루냐의 독립 추진은 당분간 실질적인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선거는 스페인 외에도 유럽연합(EU) 전체가 선거 결과를 주의 깊게 주시하고 있다.
선거 결과에 따라 카탈루냐에서 분리주의 움직임이 재점화하면 스페인의 안정이 깨지고 나아가 유럽 곳곳에서도 민족주의의 '도미노 효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통합성을 최우선시하는 유럽 지도자들에게는 이번 카탈루냐 선거가 초미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이번 선거전에서는 특이하게도 주요 후보들이 외국과 옥중에서 선거운동을 벌여 눈길을 끌었다.
스페인 정부에 의해 해임된 뒤 벨기에 브뤼셀로 도피한 카를레스 푸지데몬 전 자치정부 수반은 해외에서 영상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선거운동을 했고, 반역죄로 구속된 오리올 훈케라스 전 부수반은 옥중 투혼을 벌였다.
푸지데몬 전 수반은 19일 마지막 영상 선거운동에서 "이번 선거가 정상적인 선거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누가 가장 많은 표를 얻느냐가 아니라 국가(카탈루냐) 혹은 라호이(스페인 총리)가 이기느냐"라며 독립파의 단결을 호소했다.
제1당을 노리고 있는 스페인 잔류파 시민당의 이네스 아리마다스 대표는 카탈루냐 민족주의에 대한 반대를 기치로 스페인 잔류를 원하는 주민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그는 마지막 유세에서 "우리는 우리의 꿈의 실현에 매우 가까이 와 있다. 이제 우리는 악몽에서 깨어날 것"이라면서 분리독립을 둘러싼 갈등의 종식을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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