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트먼, 北리용호에 1차대전책임론 다룬 '몽유병 환자들' 전달"
"北김정은에 보내는 유엔 사무총장 친서도 지참…3대 요구사항 전해"
유명 美칼럼니스트, WP에 기고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최근 방북한 제프리 펠트먼 유엔 사무차장이 북한 김정은 위원장 앞으로 보내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친서를 가져간 것으로 전해졌다.
또 북한에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한 군 연락 채널 복원을 비롯한 3대 요구사항을 밝히고, 리용호 북한 외무상에게 1차 세계대전의 원인과 책임을 재조명한 역사서적 '몽유병 환자들 : 1914년 유럽은 어떻게 전쟁으로 향했나'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의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이그나티우스는 20일(현지시간) '북한은 전쟁을 막고자 하는 유엔 특사에게 무슨 말을 했나'라는 제목의 글에서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밝혔다.
펠트먼 사무차장이 북한 측과 15시간 30분 동안 대화하면서 요청한 3대 요구는 ▲ 우발적 충돌 위험을 줄이기 위해 2009년 중단된 군 연락 채널 복원을 복원하고 ▲ 북한은 미국과 대화할 준비가 됐다는 신호를 보내야 하며 ▲ 유엔 안보리의 비핵화 결의를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메시지는 펠트먼 차장의 방북에 앞서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6자 회담 당사국들과 검토된 내용이라고 이그나티우스는 전했다.
펠트먼 사무차장은 특히 의도치 않은 충돌의 위험에 대한 메시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리용호 외무상에게 책 한 권을 건넸다고 이그나티우스는 밝혔다.
이 책은 크리스토퍼 클라크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역사교수가 쓴 '몽유병 환자들'로, 1차 대전이 독일만의 책임이 아니라 참전국 모두가 똑같은 책임이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클라크 교수는 "과거 전쟁은 정치가 실패하고, 대화가 중단되고, 타협이 불가능하게 될 때 얼마나 끔찍한 비용을 치를 수 있는지를 환기해 준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펠트먼 사무차장이 이 저서를 건넨 것은 우발적 충돌로 인한 전쟁을 막기 위해 북한과 미국은 물론 6자회담 당사국들의 대화와 타협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그나티우스는 "2017년의 몽유병 환자들은 다음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충돌 직전에는 절벽의 끝이 어디인지 그 누구도 전혀 알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펠트먼 차장이 자신을 북한에 파견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내는 친서를 갖고 갔다"면서 "(친서는) 북한이 핵 억지력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북한이 회피하려는 바로 그 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전했다.
이그나티우스는 또 "북한 당국자들은 펠트먼 차장에게 미국의 의사결정에 대해 많은 질문을 했으나, 미국이 대북정책을 어떻게 바꾸길 원하는지, 그리고 북한의 '핵 무력 완성' 발표가 무슨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은 분명히 협상하길 바라지만 최대의 힘을 가진 위치에서 협상하고자 한다"면서 "예를 들어, 그들은 군 연락 채널 복원이 언젠가는 필요할 것이라는 데 동의했지만, 아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며, 또한 한반도 비핵화가 궁극적인 장기 목표라는 것에도 동의했지만 아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이그나티우스는 펠트먼 차장이 북한에 유엔 안보리와 긴밀히 대화할 것을 요구한 이후인 지난 15일 '비핵화 및 북한'을 주제로 열린 안보리 장관급 회의에 자성남 유엔주재 북한대사가 참석한 것은 고무적인 신호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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