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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문화] 드라마 전쟁 시작된다
월화 미니시리즈만 매주 6편…배우·스태프 몸값 급등
넷플릭스도 제작 뛰어들어…"다양성 실험 계기 되길"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치킨 게임'이냐, '윈윈'이냐.
좁은 한국 땅에서 2018년 치열한 드라마 전쟁이 시작된다.
수십년 지상파 3사의 전유물이었던 드라마가 몇년 전 tvN의 가세로 4파전이 되더니, 올해는 JTBC와 OCN의 약진으로 6파전이 됐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올 하반기 tvN과 JTBC가 드라마 편성 띠를 확대하더니 내년 초에는 OCN이 가세한다. 또 올리브와 온스타일, 드라맥스, TV조선과 채널A, MBN 등 다른 케이블, 종편채널도 드라마를 내놓는다.
단막극장과 KBS 2TV 금요드라마, MBC TV 예능드라마도 기회가 되는 대로 출동할 예정이다. 월화 미니시리즈만 매주 밤 9~12시 최소 6편이 방송되는 식이다. 수목 미니시리즈도 매주 5편이 찾아온다.
여기에 동영상 스트리밍업체 넷플릭스가 '킹덤'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한국 드라마 판에 뛰어든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웹 전용 드라마는 별도다.
드라마업계에서는 각 방송사 편성 스케줄을 따진 결과, 유례없이 많은 110~130편의 드라마가 내년에 방송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중 스타들의 격전장인 미니시리즈 드라마만 80~85편이다. 과연 그 결과는?



◇ "너도나도 제2의 '태양의 후예'를 노린다"
한국 드라마업계가 팽창한 첫번째 계기는 2003년 일본에서 '겨울연가'가 초대박을 친 이후다. 한류나 수출은 생각도 하지 않고 내수 시장만을 바라보며 제작하던 드라마업계가 수출에 눈을 뜬 게 이때부터다. 제작사 수가 급증했고, 이른바 '한류 드라마' 기획이 이어졌다. 이후 10년 일본 시장이 이에 부응하면서 드라마업계는 몸집을 키웠고 산업화됐다.
두번째 계기는 2014년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 대륙을 흔들면서 찾아왔다. "눈 오는 날에는 치맥"이라는 대사와 함께 드라마가 중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주인공 천송이(전지현 분)가 걸치고 나온 모든 옷과 화장품이 완판되는 등 드라마가 일으킨 경제 효과가 엄청나면서 드라마업계는 다시 들썩였다. 너도나도 중국을 겨냥한 드라마 기획에 들어갔다.
이어서 2016년 '태양의 후예'가 세번째 계기를 마련했다. 중국 당국이 '태양의 후예'의 뜨거운 인기에 대해 경계령을 내릴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자 드라마업계는 스케일을 키우기 시작했다.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 시장을 개척했다면, '태양의 후예'는 중국 시장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을 고취했다. 그 결과 이전까지는 제작비 문제 등으로 불가능할 것이라 여겨졌던 다양한 기획이 쏟아졌고, 로맨틱 코미디에 국한됐던 한류 드라마의 질적, 외형적 확대가 본격화됐다.
생각지도 못했던 중국의 금한령(禁韓令, 한류 금지령)이 이러한 열기에 얼마 안 가 찬물을 끼얹었고 그게 1년 넘게 드라마업계를 얼어붙게 했지만, '제2의 태양의 후예'를 노린 골드러시는 막지 못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2018년 드라마 제작 편수 급증으로 이어지게 됐다.



◇ 배우 캐스팅 난·스태프 몸값 급등
한정된 배우 풀 속 드라마 제작 편수가 늘어나니 배우 캐스팅 난이 시작됐다. 동시에 스태프 구인난도 벌어져 조명, 편집 등 스태프 몸값이 급등했다. 드라마를 완성해서 시청률 성적표를 받는 것은 두번째 문제다. 숙련된 스태프, 연기력과 인지도를 겸비한 배우를 캐스팅해 드라마를 제작하는 일 자체가 전쟁이 됐다.
tvN 관계자는 "스태프 구인 대란이 이미 벌어지고 있다"며 "구두로 계약을 한 스태프가 다음날 연락이 안되면 백프로 다른 드라마 제작현장에 가 있다. 당연히 더 많은 돈을 받고 가는 것"이라고 전했다.
배우 캐스팅 전쟁이 벌어지면서 조연급, 신인급에게는 기회의 문이 활짝 열렸다. 톱스타의 몸값은 부르는 게 값이 됐고, 그 과정에서 회당 출연료로 1억5천만원을 요구한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또 주인공으로 내세울 스타가 턱없이 부족해지면서 과거 같으면 주인공이 될 수 없었던 배우들에게 주인공 역할이 주어진다.
가장 신난 것은 신인들이다. 등용 기회를 잡는 것조차 어려울 신인들 앞에 여러 기회가 열린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양세종이나 채수빈처럼 단숨에 신인에서 주연으로 발돋움하는 행운의 주인공들도 이미 탄생했는데, 내년에는 이런 흐름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드라마 홍보사들도 특수를 누리게 됐다. 드라마 한편당 2천만~3천만을 받는 드라마 홍보사가 현재 10개 미만인데, 드라마 제작 편수가 늘어나면 홍보사들의 일거리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홍보사 자체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치킨 게임"…"다양성 꽃 피우길"
중국 시장도 닫히고, 국내 광고 시장도 침체된 가운데 드라마 제작 편수가 늘어나게 되니 전망이 밝지는 않다. 2018년 한 해 드라마업계가 극심한 출혈 경쟁 속 '치킨 게임'을 치른 후 경쟁력 있는 제작사와 방송 시간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tvN 박호식 CP는 "내년에 출혈 경쟁이 정점을 찍은 후 드라마업계가 어느 정도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박 CP는 "경영자의 엄청난 의지가 아니면 이 많은 드라마 제작비를 감당할 수 없는 구조"라며 "중국 시장이 다시 열릴 것이라는 데 희망을 갖고 시장이 꿈틀대는 것 같지만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좁은 내수 시장 대비 너무 많은 드라마가 제작되는 것"이라며 "다른 큰 시장을 찾지 않는 한 이대로 계속 갈 수는 없다"고 밝혔다.
유례없는 드라마 전쟁 속 한국 드라마의 다양성 확대에 대한 기대도 커진다.
JTBC 함영훈 CP는 "2018년이 한국 드라마 다양성을 실험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함 CP는 "제작 편수가 많아진 만큼 비슷한 작품이 아니라, 다양한 작품이 많이 나와 꽃 피울 수 있다면 드라마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겠냐"고 기대했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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