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연합뉴스) "광주천에서 잘살고 있었구나…."
지난 19일 오후 7시 광주 동구 아시아문화전당 인근 광주천에서 천연기념물 제330호 수달 한 쌍이 왜가리와 먹이를 두고 기 싸움을 벌이는 진기한 풍경이 목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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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도심을 관통하는 광주천, 어둠이 깔리자 왜가리 한 마리가 먹이를 찾아 성큼 성큼 긴 다리를 내뻗으며 화려한 네온사인 불빛이 반사되는 물결을 갈랐다.
붕어, 잉어 등 먹이를 찾아다니던 왜가리는 예상치 못한 적을 만났다.
바로 천연기념물 수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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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 한 쌍은 하천 퇴적물에서 물장구치고, 장난치며 먹이를 찾다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왜가리에 경계심을 드러내며 수염을 세우고,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수달과 왜가리 사이의 한순간 긴장은 다행히 큰 다툼으로 번지지 않고 서로 제 갈 길을 가면서 마무리됐다.
이 장면은 광주일보 사진기자 최현배 부장의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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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하천인 광주천에서 수달이 처음 목격된 것은 2010년께부터다.
당시 광주 서구 양동 인근 시민들은 반질반질한 몸통의 긴 수염이 달린 약 50㎝의 수달을 잇달아 목격하고 깜짝 놀랐다.
당시에 목격된 수달도 한 쌍이었다.
영상강유역환경청이 2007년께 수달 서식 실태를 조사한 결과 광주 남구 방림동의 광주천 설월교 아래 바위에서 7개의 수달 배설물이 발견돼 광주지역 도심에서 수달이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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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330호로 지정된 수달은 무등산 생태를 상징하는 동물 깃대종이다.
기존에는 광주 4수원지 일원에서 수달 서식이 확인됐으나, 최근에는 전남 담양 무동제 일원에서도 서식이 확인되기도 했다. (글 = 박철홍 기자, 사진 = 광주일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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