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로 英영향력 1970년대 수준 내리막길" MI6 前수장 진단
"파운드화 15% 평가절하…경제성장률은 G7 중 최하위로 추락"
"국제사법재판소 재판관 재선 실패는 영향력 축소 상징적 사례"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Brexit)로 영국의 경제적·외교적 영향력이 1970년대 수준으로 축소될 것이라는 내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해외정보 전담기관인 MI6를 이끌었던 존 소여(Sir John Sawers) 전 국장은 하원 외무 특별위원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영국이 EU를 떠날 경우 경제적·외교적 평판과 영향력이 축소될 수 있는 만큼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소여 전 국장은 "다가올 몇년 동안 추세가 나타나는데, 영국이 다른 파트너 국가들과 비교하면 계속해서 내리막길을 걷던 1970년대와 같은 일이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며 "그러한 방향을 되돌려야 하지만 어떤 방법이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수당 하원의원이 "너무 우울하고 어두운 전망"이라고 비판하자 최근 조짐을 들어 견해를 굽히지 않았다.
소여 전 국장은 "우리는 브렉시트가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브렉시트 후 파운드화 가치가 15% 평가절하돼 영국 내 전체 자산가치가 15% 깎였다. 우리는 사람들의 급여 인상이 실질소득을 따라가지 못하는 의미의 '브렉시트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18개월 전 영국은 주요 7개국(G7) 중 성장률이 가장 높았지만 지금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고 소여 전 국장은 지적했다.
그는 브렉시트로 인한 영국 국력의 광범위한 축소 사례로 국가 분쟁 해결기구인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1946년 창설 이후 처음으로 영국 출신 재판관이 빠지게 된 점도 들었다.
영국의 크리스토퍼 그린우드 재판관은 지난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과반수의 지지를 받았지만 총회에서는 과반 지지를 받지 못했고, 결국 인도 출신 재판관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소여 전 국장은 "(영국 재판관의 재선 실패에) 매우 놀랐다"면서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최근 6개월간 프랑스 대통령이 가졌던 것만큼의 국제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할 것이다. 이것이 현실이다"고 우려했다.
데이비드 해나이 전 유엔 주재 영국대사 역시 ICJ 재판관 재선을 위한 외교적 노력이 너무 늦었다며 영국의 영향력 축소와 관련해 소여 전 국장과 비슷한 견해를 나타냈다.
그는 과거 포클랜드 전쟁 이후 EU가 아르헨티나에 제재를 가한 점을 예로 들면서 앞으로는 이 같은 연대나 결속이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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